국제 정치·사회

마크롱 또 실언? 나치에 부역한 페탱에 “위대한 군인” 논란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해 기리기로 한 장군에 포함

유대인협회 “나치에 부역한 페탱을 대통령이 칭송, 충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또다시 실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해 괴리정권을 세워 전후 사형을 언도받은 필리프 페탱(1856~1951)에 대해 “위대한 군이”이라고 추켜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마크롱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의 1차대전 격전지였던 샤를빌 메지에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장군들을 추모하는 것은 옳다”면서 필리프 페탱에 대해 “그가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페탱이 1차대전에서와 반대로 2차대전 때에는 “재앙 같은 선택을 했다”면서 공과 과가 모두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이 언급한 재앙 같은 선택이란 페탱의 나치와의 강화 체결과 부역정권 수립을 뜻한다.

마크롱은 이날 발언이 알려지자 프랑스의 유대계 인사들을 비롯해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유대인협회의 프랑시스 칼리파 대표는 성명을 내고 2차대전 당시 수천 명의 유대인을 추방해 나치 수용소에서 죽게 한 장본인인 페탱을 대통령이 칭송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급진 좌파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트위터에서 “페탱은 반역자이고 반(反)유대주의자다. 마크롱, 당신은 이번에 너무 나갔다”라고 적었다.



군인이었던 필리프 페탱은 1차대전 당시 1916년 격전지였던 베르덩에서 독일군을 저지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세워 연합군의 전쟁 승리의 주역으로 꼽힌 인물이다.

다만 2차대전이 터지고 프랑스가 1940년 5월 독일에 점령당하자 그는 히틀러와 강화를 주장했고, 남부 비시에 나치에 협력하는 부역 정권을 세웠다. 그는 비시정권의 수장으로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대독항전) 대원들을 색출하고 유대인들을 붙잡아 강제 추방해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로 보내는 데 일조했다.

페탱은 2차대전이 나치의 패배로 귀결된 뒤 1945년 전범재판에서 반역죄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종신형으로 감형돼 유배지에서 복역 중 1951년 9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1차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오는 10일 1차대전 당시 프랑스군을 이끈 8명의 장군을 추모하는 행사를 파리 시내 복합군사문화공간인 앵발리드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8명의 장군에는 페탱도 포함됐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의 실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청년에게 “직장을 못 구하면 업종을 바꿔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앞서 8월에는 프랑스인을 “변화를 거부하는 골족”이라고 표현해 뭇매를 맞았으며 자신의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라고 하는가 하면 시위를 벌이는 노조원을 겨냥해 “새 직업을 찾는 대신 문제를 휘젓고 있다”고 말해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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