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무역전쟁 덮친데 협력이익공유제 옥좨...시계제로 대기업, 내년 경영 못짜

■불확실성 커지는 재계

트럼프·習 G20 담판 불발땐

韓 경제에 심각한 타격 예상

상법 개정·지배구조 개편 등

국내 정책도 기업 몰아붙여




국내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내년 실적과 투자 등을 가늠하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협력이익 공유제와 지배구조 개편 압박 등 사업을 옥죄는 정치적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고 여기에 무역전쟁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 하강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자동차·LG전자(066570)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11월 초께 내부적으로 나오는 내년 사업계획의 윤곽도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중국 시장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 결과 외교와 안보를 담당하는 상원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폭탄 관세를 앞세워 전 세계를 압박하는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예산을 담당하는 하원이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취약계층의 의료비 지원을 늘리는 입장이라 한정된 예산으로 과감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의 기업 이익이 고점을 찍으며 내년에는 하락할 관측이 나온다. 미국 경기가 부진하면 최대 수출국인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이 둔화된다. 특히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담판이 불발되면 중국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기업들은 내년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협의 불발로) 중국 경기하강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와 우리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곧바로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특히 부진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 방향을 잘 짚어야 내년 판매량과 실적을 회복할 수 있다. 현대차(005380)의 한 관계자는 “12월 글로벌 법인장 회의가 열려야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년 ‘협력 이익 공유제’와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법개정안, 지배구조개편 등의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국내서도 지배구조를 개편하라는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지배구조개편이 무산됐다”며 “두 번째는 실패하면 그룹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내년 초 예정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이 그룹 전체의 사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항소심의 법리적 판단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보는 상고심에서 기존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올 초부터 재개된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과 조 단위의 투자 결정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이 부회장의 부재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실패했고 전자뿐만 아니라 계열사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이 지연된 바 있다.

SK그룹도 사업계획을 가늠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연간 수조원이 드는 5G망 투자와 연일 제기되는 ‘반도체 고점론’,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으로 5G 투자 재원이 부족해짐에 따라 5G 주도권을 해외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중국의 중간재 수요가 줄어 SK이노베이션의 기초 유분 수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전자 역시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계열사 지분 정리와 일감 몰아 주기 해소 등 국내적인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미국 중간선거와 한국 정치권의 공세로 기업들은 더 혼란스러워졌다”며 “12월까지도 사업계획을 잡지 못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양철민·신희철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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