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을 내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 쌍방향이어야 한다”며 “우리는 (북핵 협상에) 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중심 하원의 견제를 받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서두를 게 없다. 제재들은 유지되고 있다”며 높은 수준의 북한 비핵화 조치 없이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며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일정은 다시 잡힐 것”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내년 초 언젠가”라고 밝혀 북미 간 협상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살려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청와대는 한숨을 돌렸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냉랭한 북미 관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미회담 연기 배경에 대해 “미국은 북으로부터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는 설명이 있었다는 것을 저희에게 알려왔다”면서 “아직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미가) 일정을 조정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은 연내 추진하는 것이냐’는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는 “그렇다”면서 “평양공동선언의 공약사항이라 추진하겠지만 상대가 있는 상황이니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북미 관계와는 별도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뜻을 보였다.
하지만 남북 관계 진전은 미국 측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경협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지난달까지 추진하기로 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와 북측 예술단 서울 공연 등 교류협력 사업에 잇따라 제동이 걸린 것은 미국의 제재 유지 압박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은 제재 준수를 강조하며 한미 간 워킹그룹(실무협의체)까지 만들 정도로 남북 관계 과속을 경계하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남북교류협력도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진행한 것인 만큼 우리 정부가 비핵화 검증 방안과 관련해 북한의 유연한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연락사무소 개소와 제재 일부 해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검증 요구를 받을 준비가 안 돼 회담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우리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검증을 전제로 남북 관계 진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비핵화 검증과 관련해 북한이 유연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취소로 북미 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북에 특사로 보내 돌파구를 마련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