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항하는 미투 운동 관련 예산이 내년도 전체 예산지출 규모의 0.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관련 정부 대책이 일회적인 예방 교육 점검과 가해자 처벌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일 오후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미투 운동, 예산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투운동 이후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한 대책들을 평가했다. 윤 교수는 “현재까지의 대책과 후속 조치는 실태 점검, 대응 매뉴얼 개발·보급, 성희롱 예방 교육 등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개인을 구제하는 규정이나 법제도 개선에는 꽤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기존 성희롱·성폭력 관련 추진체계를 내실화하거나 추진체계를 보다 조직적이고 상시적인 기구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에는 미온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장 기본 단계인 대응 매뉴얼을 보급하고 이미 법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여부를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정부의 평소 성희롱·성폭력 대응 수준을 드러내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 범정부적인 정부 대응을 상시화할 수 있는 전담기구와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미투 운동에 대한 정부 대응의 완결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송민정 씨는 2019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미투 운동을 분석했다. 그는 성희롱·성폭력 관련 국가사업을 주도하는 여성가족부의 지출 규모는 전체 예산의 0.135%에 불과한 약 5,403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성범죄 근절 추진 협의회에 보고된 12개 부처 2019년 ‘미투 및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산안’ 규모는 403억6,400만원으로, 2018년보다 102억6,300만원 늘었다. 이 가운데 미투 관련 예산은 368억2,000만원,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산은 34억4,000만원이다.
송 씨는 “이 예산안은 전체 예산지출 규모 중 0.01%밖에 되지 않는다”며 “2019년 예산안은 ‘슈퍼예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큰 규모인데 성폭력에 대한 대응으로는 턱없이 약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젠더 폭력은 여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조치와 교육을 가능케 하는 미투 예산이 미래 예산안에는 전 정부 부처 범위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