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7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는 낡은 고시원 입구 쪽에 불이 나 거주자들이 대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최초 신고자는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가 건물 3층 출입구 근처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서에 설명했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고시원에 있던 사람들의 대피로가 막혔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재가 발생한 지점이 3층 출입구 근처 호실인데, 불이 거세 거주자들의 대피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옥탑에 있던 1명을 제외하면 모든 사상자가 3층 거주자였던 점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사고 장소가 통로가 비좁고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고시원이라는 점, 오래전 건축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점도 대피를 어렵게 하고 불길이 크게 번져나간 원인으로 보인다. 불이 난 건물에는 자동경보설비와 비상벨, 비상 탈출구, 완강기가 갖춰져 있었으나 화재 초기 비상벨 등이 작동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거주자들은 비상 탈출구와 완강기를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부분이 아직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해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기 어려웠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더구나 고시원 거주자 중 대다수는 일용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거주자들은 대부분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이며, 사상자 연령대는 40∼6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시원은 처음에는 국가고시 등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숙식과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생겨났으나 점차 주거형태로 변해왔다. 요즘에는 비용이 저렴한 생활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사실상 ‘쪽방촌’으로 여겨진다. 소방관들은 신고가 접수된 지 5분 만인 오전 5시 5분께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화마의 기세가 강한 상황이었다.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문이나 창문 바깥으로 뻗어 나올 정도로 거셌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새벽 시간이라 신고가 늦은 부분이 있다”며 “불길이 강해 인명구조대원이 진입하기도 어렵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탈출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국일고시원 3층에서 난 불로 현재까지 7명이 숨지고 총 12명이 다쳤다. 다쳐서 병원에 옮겨진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아야 할 만큼 위중해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