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으로 나가는 탈출구가 열리지 않아 연기를 많이 먹었어요. 비상벨 소리는 듣지도 못했어요.”
‘종로 고시원 화재’ 생존자인 정모(69)씨는 “평소 항상 옥상과 통하는 탈출구가 열려있는데 오늘따라 문이 열리지 않아 죽는 줄 알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본인을 기술직에 근무한다고 소개한 정씨는 고시원 4층 옥탑방 거주한 지 7년째라고 했다.
서울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9일 오전 5시께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해당 건물은 지상 3층 규모로 1층은 음식점, 2~3층은 고시원으로 이뤄졌다. 소방관 173명과 소방차 52대가 투입돼 불은 오전 7시께 진압됐다. 이날 고시원에서 구출된 정씨는 현재 손에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해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고시원에는 자동경비설비 및 화재예방 기구가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는 화재 당시 비상 탈출구 문이 열리지 않았고 비상벨도 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씨는 “평소에는 사람들이 비상문을 열고 옥상으로 곧잘 올라와 얘기도 나눴다”면서도 “이날따라 유독 문이 잘 열리지 않아 연기를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이어 “정전이 돼서 그런지 비상벨이 울리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씨에 따르면 고시원 거주자 상당수는 노인층이다. 정씨는 “오피스텔은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70~80만원은 나간다”며 “반면 고시원은 보증금도 없고 30만 원에 살 수 있어 노인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종로 고시원 사상자 대부분은 40~60대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0일 오전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한다는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