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감식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원장 가족이 경찰 조사에서 “거주자들을 대피시키려 노력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국일고시원 원장 구모(69) 씨와 아들 고모(29) 씨는 9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오후 5시쯤 귀가했다.
구씨 모자는 조사를 마치고 “당시 2층에 있었는데, 3층 거주자 1명이 내려와 ‘불이 났다’며 2층 사람들을 모두 깨워서 불이 난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불이 난 것을 알게 된 구씨가 다른 거주자들을 대피시키려 3층으로 올라가려 했고, 아들 고씨는 복도에 있던 소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다른 거주자가 “그럴 때가 아니라 빨리 나가야 한다”며 만류해 건물을 빠져나오게 됐다.
건물을 나오면서 고씨는 어머니 구씨의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디서 불이 붙었는지, 3층의 화재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고씨는 “2층은 피해도 없었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계단을 통해 3층에 불이 난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부분에는 고시원 인수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씨의 아버지는 “예전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제도가 없었다. 우리가 (고시원을) 인수할 때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301호 거주자가 쓰던 전열기구에서 처음 불이 붙은 것을 두고 고씨는 “(전열기구를) 쓰지 못하게 돼 있는데 몰래 쓴 것 같다. 내가 방을 열어보는 것은 법으로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구씨는 이날 오전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거주자들을 구조하는 동안 바닥에 주저앉거나 “죽은 사람들 불쌍해서 어떡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에도 “미쳐버리겠다”,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다”며 오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