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을 설명하기에 공유 주택이라는 표현은 부족하다. 경제적인 이유 그리고 타인과 일정 부분 접점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공유주택을 찾지만 은혜공동체협동조합주택은 이질적 개인들의 공유공간을 넘어서 결속력이 강한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다.
은혜공동체는 구심점인 박민수 목사를 중심으로 부족이라는 독특한 가족형식을 10년 동안 실험해 왔다. 이들은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어느 정도 공동체의 틀을 잡아가자 보금자리를 짓기로 결정했고, 협동조합주택 건축에 전문성이 있는 설계자를 찾았다. 총 47명, 14가족 그리고 4개의 ‘부족’이 입주를 결정했으며 맞춤형으로 집이 지어졌다. 사회적 가족개념인 부족은 혈연가족과 독신의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도봉산 자락 안골에 위치한 이 주택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주거 공간과 공용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주거 공간은 4개의 부족을 위해 크게 4개 공간으로 나뉘지만 스킵플로어 연결돼 있어 집 전체를 막힘없이 드나들 수 있다. 스킵플로어는 지하에서부터 옥상까지 주거·공유 공간을 연결하는 일종의 척추다. 4개의 부족공간은 각각 거실, 세탁실, 개별 방을 별도 갖추고 있다. 부족 공간의 중심에는 부족의 정체성에 맞게 꾸며진 거실이 배치됐다. 그리고 각 거실에서 더 들어가 개별 방을 배치했다. 각 부족의 상황에 맞게 가족실, 2인실, 1인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설계자는 “코어에서 멀어질수록 사적 성격이 강해지고, 동시에 공용공간을 순환루프처럼 동선의 선택과 우회가 자유롭게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공유 공간은 1층, 지하1층, 옥탑에 배치됐다. 소나무 숲을 조망하는 1층 카페에는 공동체 일원인 바리스타가 상주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도 1층에 마련돼 있어 이곳을 찾는 손님에게 열려있다. 지하에는 교회 및 집회 홀과 다목적 홀이 자리하고 있다. 집회 홀에서는 다양한 음악회가 열리고 식당을 겸한 다목적 홀에서는 매일 저녁 공동체를 위한 식사가 마련된다. 공동 육아를 위한 유아실 겸 댄스교육실, 드럼, 키보드 연습실 등도 있다.
지하공간이지만 3개의 선큰정원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신선한 공기는 지하 같은 않은 공간을 연출한다. 3층의 좌식 거실과 연결된 옥상데크는 산과 연결된 정원 역할을 한다. 시원한 도봉산 조망이 가능하고 데크 위에 조성된 가든은 전문가에 의해 4계절 철철이 꽃과 나무가 자라도록 세심하게 조성됐다.
47명의 사회적 대가족이 식사, 육아, 일, 교육, 놀이, 공부,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터전이 되는 이 협동주택은 그자체로 작은 마을과 같다. 심사위원들은 “공유공간은 계단에 근접 배치하고 개인공간은 평면 깊숙이 배치하여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등 거주자의 삶의 패턴을 잘 반영한 공간계획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