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은행-증권-보험-캐피털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으나 여전히 은행 의존적인 구조에 보험사와 증권사는 지역 영업에 기대는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면서 NH농협금융을 거쳐 2015년 출범한 DGB생명(옛 우리아비바생명)은 지역 보험사로 쪼그라들었다. 출범 당시 864명였던 DGB생명의 전속 설계사는 3년 반이 지난 올해 8월 말 현재 753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대리점 수는 152곳에서 59곳으로 반토막 수준이어서 영업력 하락이 눈에 보일 정도다. 실적도 지난 3·4분기 5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7% 줄어들었고 3·4분기까지 누적으로는 25억원의 순이익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국권 보험사에서 사실상 대구·경북에만 기반을 둔 지역보험사로 전락해 영업력이 약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며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급여력(RBC) 비율도 6월 말 기준 191.28%로 불안한 수준이다. 이 같은 이유로 DGB생명의 등급전망은 최근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됐다. 신계약 성과 부진으로 인해 초회보험료 증가분이 계속보험료 감소분을 커버하지 못하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DGB생명의 수입보험료는 2015년 9,221억원, 2016년 8,547억원, 2017년 8,002억원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에도 DGB금융 자회사로 편입됐지만 기존에 경남 지역에 편중됐던 사업기반이 일부 대구·경북 지역으로 확대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전히 영남권 지역에 편중된 사업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증권업 전반의 경쟁심화에 따른 수수료율 저하,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 등을 감안했을 때 얼마나 대구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DGB금융그룹 체제를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은행에 의존하는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4분기 DGB금융의 순이익 2,932억원 중 대구은행(2,811억원)이 자치하는 비중은 96%에 달한다. 이는 대구·경북에 위치한 자동차·전자 부품업체들의 불황이 깊어져 대구은행 실적이 나빠지면 그룹 전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DGB금융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기대하며 하나HSBC생명(현 하나생명) 대표 등을 지낸 김태오 현 회장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인사로 선임했지만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이 같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대구상고 출신들이 주축인 DGB금융 내에서 김 회장의 혁신에 한계가 보이고 내부 혼란만 가중된 채 경쟁력만 쇠퇴할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BNK금융의 경우 부산 출신의 김지완 회장이 취임 이후 조직 지배력을 갖추고 수익구조 다변화를 시도한 것이 효과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기업투자금융(CIB), 자산관리(WM), 디지털, 글로벌 등을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계열사 간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비은행·비이자수익 중심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또 부산·울산·경남 CIB센터 및 서울 CIB센터 설립, 디지털 혁신센터 개소, BNK투자증권 2,000억원 증자, BNK자산운용 자본 확충 등을 활발히 추진했다. 그 결과 BNK금융은 3·4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한 5,3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BNK투자증권과 BNK자산운용사의 성장도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