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상담소(Citizens Advice·CA)는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비영리 상담기구 중 하나다. 전국 약 300개 지역에 상담소가 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주민의 99.7%는 어디서든 30분 이내에 어떤 상담소든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의 상담사들은 복지·부채·소비자보호·주거·노동 등 영국의 금융 소외계층이 겪는 문제를 무료로 상담해주고 해결책도 제시한다. 이 때문에 저소득자나 저신용자를 위한 전문 프라이빗뱅커(PB) 역할의 대표 모범사례로도 꼽힌다.
우리나라도 취약계층을 위해 지자체와 민간기관 등에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중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서민금융 상담의 대표적인 창구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이 쓸 수 있는 서민금융 상품부터 채무조정·취업·복지제도 연계 등의 종합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전국 44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수십명의 서민금융 종합상담사가 매일 서민·취약계층들을 직접 만나 상담한다.
필자 역시 1일 경기도 안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청각 장애를 가진 고객을 상담했다.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다 불편한 몸으로 일을 나가지 못해 대부업의 고금리 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서비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빚이 2,000만원까지 불었다. 연체 기간이 7개월이 넘자 혼자 힘으로 빚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마치 등대 하나 없는 깊은 밤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 같은 심정이었다.
막막했던 상황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의 상담으로 실마리가 풀렸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그리고 원금은 70%를 감면해 매월 상환액을 약 10만원으로 줄였다. 또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금융·복지 양방향 서비스’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임을 확인하고 생계·주거급여까지 신청할 수 있었다. 이날 상담 과정에서 고객의 지인까지도 미소금융의 취약계층 자립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하며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하고 상담을 마쳤다. 각 기관의 개별적인 상담이 아니라 모든 서민금융지원제도를 한 자리에서 지원하는 종합상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뿐만 아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취업과 같이 서민들의 소득향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까지 지원한다. 부산에서 일용직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상황에서 재취업을 원하던 한 고객도 부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8개월간 상담한 뒤 경기 지역으로 원하는 연봉을 받으며 이직에 성공했다. 기초상담과 심층상담을 통해 취업 분야를 정하고 지게차 자격증을 취득하는 취업의 전 과정을 직업상담사가 함께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약 1만4,000명의 서민들이 저마다 개인적인 이유로 종합상담 창구의 문을 두드렸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종합상담을 받은 서민들의 삶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서민금융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종합상담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를 권한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상담사가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