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제 장래희망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14일 서울 서대문구 인창고 수능고사장 앞에서 만난 조승우(19)군이 조심스레 말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조군은 올해 좋은 결실을 봐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조군은 “12년 공교육에 마침표를 찍는 시험이라 떨리고 압박감을 느낀다”면서도 “그간 노력한 것들을 후회 없이 (시험에) 쏟고 싶다”고 했다. 친구 윤영진(19)군도 “대학에 가면 다양한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간 공부한다고 바빴는데 수능이 끝나면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 수험생들은 정든 교실에 모여 수험표를 받고 자신들이 시험을 칠 과목과 고사장 위치를 확인했다. 교사들은 교문 앞까지 나와 학생들을 배웅했고 학생들도 소지품과 수험표를 챙겨 예비고사장으로 향했다.
‘문제지 유출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인 숙명여고도 고3 학생들을 수험장으로 보낼 채비에 나섰다. 학교는 공식 예비소집 시간보다 1시간 이른 오전9시께부터 학생들을 강당으로 불러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소지품과 수험표를 챙기도록 안내했다.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백 명의 수험생들의 손에는 담요와 안경·마스크·문제집이 잔뜩 들려 있었다. 3년간 수험생들과 한 몸처럼 붙어 있던 물건들이다.
소화가 잘되는 죽과 유부초밥·볶음밥을 도시락으로 준비했다는 수험생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아는 것을 다 풀어내고 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진선여고에서 시험을 본다는 김모(19)양은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을 앞둔 긴장감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다. 한 숙명여고 학생은 선생님과 포옹을 한 뒤 돌아서 나오다가 눈물을 터트렸다. 친구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포옹하고 “시험 잘 쳐라” “끝나고 보자”며 격려를 나눴지만 애써 눈물을 참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담임교사에게 감사인사를 한 윤모(19)양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시험이 끝나면 울음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수능시험은 15일 전국 86개 시험지구 1,190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1,397명 늘어난 59만4,924명이다. 오전8시40분부터 국어·수학·영어·탐구·제2외국어 순으로 진행돼 오후5시40분께 모든 시험이 끝난다. 수능 한파는 없지만 아침 최저기온이 -1도로 비교적 쌀쌀할 것으로 관측됐다. 수험장이 설치된 시·군 지역 관공서와 기업은 출근시각이 1시간 연기되고 출근시간대 대중교통 운행횟수도 늘어난다. 교육부는 이날 1교시 국어영역에서 오·탈자가 발견됐다며 시험시간에 문제지와 함께 수험생에게 정오표를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성적은 오는 12월5일 발표된다.
/오지현·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