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러 역할론 강조한 文에 푸틴 “비핵화 상응조처 뒤따라야”

네번째 한-러 정상회담

文 “2차 북미회담 통한 평화 기대”

푸틴 “東亞철도공동체 적극 지지”

제재 완화·조건 등 포괄적 논의

트럼프 “NYT 北 뉴스는 가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 마련된 한·러 정상회담장에 먼저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 마련된 한·러 정상회담장에 먼저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좀 더 과감한 비핵화 조처를 취할 수 있게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상응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양 정상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포괄적인 대화를 나눴다.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인데 비핵화 없는 제재 완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는 배치돼 향후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네 번째 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지지한다”며 “러시아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제재 완화의 조건과 상황·분위기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미 중간선거 이후 더욱 강경해진 미국 조야의 대북 제재 입장과는 배치된다.


‘대화’와 ‘제재’ 두 카드를 동시에 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단 북핵 협상 회의론 정면 돌파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등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기사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맹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충분히 인지한 내용이며 새로운 것은 없다”며 “북한이 미사일 기지들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8일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후 미국 조야와 언론에서 비핵화 회의론이 확산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공격하는 워싱턴 정가와 언론을 비난하며 대북 협상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적당한 시기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미사일 기지 논란을 차단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북미 간 대치 국면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며 “현재 북미 간 대치 국면은 북한이 미국이 주장하는 FFVD 요구를 받지 않은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의 장기전 형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면담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 또 17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 시진핑 중국 주석과 양자회담을 한다. /싱가포르=이태규기자 박우인기자 classic@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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