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를 내리면서 수입 맥주와 초콜릿의 통관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15일 국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미국·유럽연합(EU), 중국산 맥주를 고가·중가·저가 제품으로 분류해 FTA 발효 전후 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고가 제품에서는 가격 변화가 크게 없었지만, 저가 제품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FTA 발효 이후 미국 맥주의 1ℓ당 가격은 고가는 591원, 저가는 2,732원 각각 하락했다. EU의 경우, 고가 제품은 오히려 112원 올랐으며, 저가는 1,200원 떨어졌다. 중국산 고가 제품은 가격변동이 없었고, 저가는 2,520원 내렸다. 또한 수입 맥주의 판매단위별 소비자가격을 비교해보면, 낱개로 구매하게 되면 묶음으로 구매할 때보다 평균 36.1% 비쌌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수입 초콜릿은 올해 상반기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보다 최대 7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올해 상반기 초콜릿 수입가격을 보면, EU(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프랑스)가 10g당 91.4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미국(84.3원), 싱가포르·말레이시아(57.2원), 중국(46.1원)이 뒤를 이었다. 유통경로별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비교해보면 미국산 초콜릿은 편의점이 10g당 303.5원(수입가격 대비 3.6배)으로 가장 비쌌고, EU산도 414.9원(수입가격 대비 4.5배)으로 편의점 판매가가 가장 높았다. 중국산의 경우 백화점 판매가가 10g당 323.2원(수입가격 대비 최대 7배)으로 가장 비쌌다.
소비자원은 “FTA 체결로 관세가 인하됐지만, 고가 맥주와 초콜릿의 소비자가격 인하가 확인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수입·유통업체들의 가격경쟁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을 관계 부처에 건의한 다음, 수입소비재 품목을 계속 확인하면서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