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각이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합의문 초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순조로운 브렉시트를 위한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각료들이 합의안에 반대하는 등 영국 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합의안이 의회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간이 훨씬 넘는 특별 내각회의를 마친 뒤 “내각의 공동 결정(collective decision)은 정부가 EU 탈퇴 협정 초안과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한 ‘안전장치’(backstop) 문제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각이 이를 지지하기로 했고, 이는 앞으로 나아가 협상을 마무리하는데 아주 중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결정은 결코 가볍게 내려진 것이 아니며, 분명히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열된 내각과 보수당의 반발 속에 특별 내각회의가 열리는 14일은 메이 총리의 재임 기간 중 가장 위험한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브렉시트 절차 중 최대 고비로 꼽혔던 내각 회의를 통과하면서 브렉시트 절차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이달 말 EU 특별 정상회의에서 합의안에 대해 정식 서명하면 12월 초 의회에 이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도 영국 내각이 마라톤 회의 끝에 EU 측과 합의한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초안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간에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EU는 조만간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영국과 합의한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초안에 대해 논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등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서명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이날 27개 회원국에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을 권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융커 위원장도 서한에서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결정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국 내각이 이번 합의를 지지하기로 ‘공동 결정’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진일보한 전진’이라는 평가에도 이번 합의안이 의회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성명에서 내각이 이번 합의를 지지하기로 ‘공동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상당수 각료들이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만장일치’(unanimously) 대신 ‘공동 결정’이라는 메이 총리의 표현에서 각료들이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반대 의사를 밝힌 각료 중 아직 사퇴를 결정한 각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강한 반발과 함께 야당인 노동당 역시 반대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합의안의 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BBC 방송은 집권 보수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이번 합의에 불만을 품은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16일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조기총선이나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