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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사람]대책에 역전세난 역풍 먼저맞는 지방

2년간 서울 전셋값 상승 꾸준…역전세 가능성 낮아

수도권 외곽, 지방은 전세가격지수 마이너스 속출




집을 살 때 가장 안전하고 상환 부담이 적은 대출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상품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죠.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이달 들어서는 5%에 육박했지만 그래도 이자율이 가장 낮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중 금리와 무관하게 단 한 푼의 이자도 내지 않는 대출이 있습니다. 많게는 집값의 60~70%까지 대출이 가능한 대출입니다. 만기가 2년이긴 하지만 쉽게 연장되고 같은 조건으로 갈아타기도 가능합니다. 오히려 대출 한도가 늘기도 합니다.

이런 대출상품이 어디 있냐구요? 웬만한 주택 구입자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이용해 본 너무나 친숙한 대출입니다. 바로 ‘전세’죠. 한국에만 있다는 독특한 이 제도는 지난 수십 년간 목돈이 부족한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해왔습니다. 일단 부족한 자금은 전세를 놓아 해결하고 조금씩 돈을 모아 온전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 준 효자 대출입니다. 한때 월세제도의 위협을 받으며 중장기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여전히 굳건히 주택 임대차 거래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3월 35%를 넘겼던 아파트 월세거래 비중은 계속 감소하면서 지난 9월에는 25%대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임대차 거래 4건 중 3건이 전세거래인 셈이죠.

그런데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하락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에 투자했던 이른바 ‘갭’ 투자자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심지어 집을 처분해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여기서 잠시 2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매매·전세가 동시 하락으로 대규모 역전세난을 겪었던 시기는 딱 한차례 있습니다. 바로 외환위기로 국제금융기구(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1997년말 이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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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단 현재의 시장 상황을 보면 최소한 당장 서울에서는 대규모 역전세난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전셋값이 떨어진 지역이 속출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점 대비 가격입니다.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체감하는 기준 가격은 2년전 계약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지표를 하나 보기로 하죠.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106.9(2015년12월=100 기준)입니다. 2년 전인 지난 2016년 10월 102.7과 비교하면 여전히 4% 높습니다. 역전세난은 전세 재계약 때 시세가 2년 전보다 낮아야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서울 주택시장의 지표만으로는 그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셈이죠. 입주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어도 시장 전체를 흔들 수준은 아닙니다. 수도권 주요 지역 역시 전반적인 전셋값 수준이 2년 전 보다는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에서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6개 광역시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101.0에서 101.4로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울산은 이 기간 101.1에서 96.5로 오히려 지수가 떨어졌습니다. 전셋값 하락 추세가 가팔라질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수도권 역시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2016년 10월 대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떨어진 곳은 수원·의정부·평택·안산·과천·구리·남양주·시흥·오산·파주·이천·김포·양주·광주·화성입니다. 과천을 제외하면 대부분 최근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된 곳입니다.

결국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책은 단기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강남 집값은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먼저 고통받는 곳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늘 ‘핀셋 규제’를 강조하는데 시장에서는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지방의 격차만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집값 오름세가 꺾였다고 정부 스스로 안도하고 있진 않길 바랄 뿐입니다.
/정두환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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