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서 채권에 대한 높은 관심이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무역분쟁 격화, 중국의 부채축소 완화 등이 나타날 경우 채권 투자도 안심할 수 없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채권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2019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금리인상 종료에 따라 공격적인 채권 투자를 제안했다. “올 연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경기 둔화가 부담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어려울 전망”이라는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설명이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7월을 기점으로 기준치(100) 이하로 내려간 상태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연구원도 “주식을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안으로 채권 투자가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자본차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보유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과점에서 채권 매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초까지만 해도 선진국, 신흥국 경기가 동시에 개선되면서 펀더멘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미국 이외의 선진국들은 경기 개선 흐름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신흥국도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3%에서 내년 2.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6% 내외, 유럽은 1%, 일본은 0%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IMF는 이와 함께 주요국 물가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한국 경기의 둔화를 감안해 장기채를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들려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는 올 하반기부터 둔화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긴축, 달러 유동성 축소는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이라며 “반도체 수출 둔화, 설비투자·고용부진 장기화로 한국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장기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KB증권은 내년 채권 시장의 리스크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 영국의 노 딜 브렉시트(영국이 EU와의 합의에 실패한 채 EU 탈퇴), 중국의 디레버리지(부채 축소) 기조 완화 등이다. 무역분쟁이 악화될 경우 중국 내 생산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수익 악화, 중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등이 우려된다. 이 경우 중국 사업의존도가 높은 도소매 유통업 관련 기업의 채권 비중을 줄이는 식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영국의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EU 생산의존조가 높은 영국 자동차, 우주항공, 화학업체 등의 비중 축소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손은정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디레버리지 기조가 완화되면 중국 지방정부, 유관기관 채권의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