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자신의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2조원이 넘는 돈을 기부한다. 미국 대학 기부금으로는 역대 최고 액수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존스홉킨스대에 18억달러(약 2조376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로널드 대니얼스 존스홉킨스대 총장은 “우리 대학이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변혁의 자금을 선물 받았다”며 “이번 기부액은 대학 설립자인 볼티모어의 부자 존스 홉킨스가 1876년에 설립자금으로 기부한 700만달러와 비슷할 정도로 기록적인 거금”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미국은 재정 형편이 아닌 업무 수준에 따라 사람들에게 보상할 때 최고의 상태가 된다”며 “돈이 없다고 대학 입학을 거부하는 것은 기회의 균등을 훼손하며 세대 간 빈곤을 영구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는 아버지의 연봉이 6,000달러를 넘은 적이 없지만 국방학생융자금과 캠퍼스 내 일자리 덕분에 대학을 마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이제 홉킨스는 돈을 기준으로 입학을 결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18억달러는 중하층 학생들을 위한 재정 지원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은 미국 최고의 의대이지만 등록금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졸업생의 44%가 빚을 지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빚은 2만4,000달러(약 2,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통 큰 기부에 존스홉킨스대 측은 당장 내년 가을학기부터 학생들의 수업료 대출금을 탕감하는 등 실질적인 재정 지원 패키지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니얼스 총장은 “앞으로 우리 대학은 학비 지급 능력과 관계없이 최고로 우수한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니드 블라인드 어드미션’ 제도를 영원히 지속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76세로 1964년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로 명성을 얻은 뒤 블룸버그통신을 창립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 기준으로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자산은 463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그는 이번 기부 이전에도 존스홉킨스대에 총 15억달러를 기부했다.
외신들은 블룸버그 전 시장의 이번 기부를 두고 오는 2020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던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01년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뉴욕시장에 당선됐으며 2009년 무소속으로 뉴욕시장에 3연속 당선됐다. 지난달 10일에는 17년 만에 민주당에 복귀하며 2020년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블룸버그 전 시장은 민주당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라며 “그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는 것을 돕기 위해 민주당에 수천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