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군단이 돌아왔다.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행 좌절의 충격을 딛고 라이벌들을 연파하며 어깨를 펴고 있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의 벨틴스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조별리그 1조 경기에서 독일과 2대2로 비겼다. 비기기만 해도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상황이던 네덜란드는 2승1무1패(승점 7)의 조 1위로 내년 여름 열릴 4강에 진출했다. 4강 진출팀은 네덜란드·포르투갈·잉글랜드·스위스다.
네덜란드는 후반 막판까지도 0대2로 뒤지고 있었다. 전반 9분 티모 베르너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에 선제골을 내줬고 10분 뒤에는 레로이 자네에게 또 한 방을 얻어맞았다. 하지만 최근 되살아난 네덜란드의 저력은 마지막 5분에 기어이 드라마를 완성했다. 후반 40분 페널티 지역 바로 밖에서 퀸시 프로메스가 절묘한 궤적으로 만회골을 넣었고 후반 45분에 ‘골 잘 넣는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가 ‘극장골’을 꽂았다.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를 스치고 문전으로 흐르자 공격수처럼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네덜란드 주장 판데이크는 최근 3경기에서 2골을 터뜨렸다.
조 편성 때만 해도 네덜란드는 독일과 프랑스가 속한 1조에서 최약체로 전망됐으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렌지 군단은 2018러시아월드컵 챔피언 프랑스와 2014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을 떨어뜨렸다. 프랑스는 네덜란드와 승점은 같았으나 골 득실에서 뒤졌고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독일은 네이션스리그에서도 조 최하위(2무2패)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3위에 올랐던 네덜란드는 2016유럽선수권(유로2016)과 러시아월드컵까지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본선행 실패로 침체를 겪었다. 이후 지난 2월 부임한 로날트 쿠만 감독은 세대교체에 팔을 걷어붙였고 짧은 과도기를 거쳐 최근에 비로소 신구조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과의 홈경기에서 3대0으로 이겼고 이달 17일 프랑스는 2대0으로 격파했다. 1997년생 수비형 미드필더 프렝키 더용은 이미 빅 클럽들의 영입 타깃이 된 지 오래. 판데이크-마테이스 더리흐트의 중앙 수비 조합은 제공권 다툼을 압도하며 공격 전개에서도 쏠쏠한 기능을 해내고 있다. 더리흐트는 1999년생 신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 사령탑을 지낸 쿠만 감독은 “경기 초반에는 좋지 않았지만 이내 우리 캐릭터를 찾았다”며 “우리는 확실하고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