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가 20일 “정부 출범 초기에 경제가 어려움에도 노동계가 원하는 것들을 많이 들어줬는데 민주노총이 고맙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고 보수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도 방어를 해주지도 않았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한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경제주체로서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민주노총이 계속 파업을 위한 파업을 한다면 결국 국민들로부터의 비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정권 창출의 ‘산파’의 역할을 했던 민주노총과 과감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의 계파 갈등 등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더 이상 민주노총을 끌고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민주노총에 대한 섭섭함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정규직 전환, 양대지침 폐지, 근로시간 단축 등 민주노총의 요구를 상당 부분 정책으로 옮겼다.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98명의 코레일 노조원도 전원 복직됐다. 이에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초법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는 반발이 커지면서 청와대도 ‘속앓이’를 했다. 하지만 결국 민주노총이 선택한 것은 총파업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민주노총이 ‘변절자’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도라는 것이 보완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보완하는 것을 두고 제도를 무력화한다고 공격하는 것은 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되면 노동자들의 과로사 위험이 높아지고 이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두고도 실질임금이 줄어 최저임금을 올린 의미가 없어진다며 지난 6월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집회를 서울 광화문에서 연 바 있다.
청와대의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중후반부터 형성돼왔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상견례 차원에서 노동계와의 만찬 간담회를 열었지만 민주노총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당시 청와대 내 노동계 출신 인사조차 “연말 새 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지만 최소한 참석은 해야 할 것 아닌가. 민주노총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후 각계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한 신년인사회에도 민주노총은 불참했다. 7월 문 대통령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면담하고 인도를 방문해 쌍용차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섰지만 민주노총은 끝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 및 21일 총파업을 결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김 위원장은 대화파인데 내부 계파 갈등으로 강경 입장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결국 민주노총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계속 파업을 위한 파업을 한다면 결국 국민들로부터의 비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주장할 것이 있다면 사회적 대화 기구도 만들어졌으므로 여기에 참여해 필요한 것을 주장하고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의 한 파트너”라며 “그 역할을 해야 하고 그것이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은 사석에서도 몇 번 한 이야기”라며 “터질 것이 터진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