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내놨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51.80포인트(2.21%) 떨어진 24,465.64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8.84포인트(1.82%) 하락한 2,641.8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9.65포인트(1.70%) 내린 6,908.82를 각각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25,000선이, 나스닥 지수는 7,000선이 모두 깨졌다. 전날에 이어 이틀간 다우지수는 3.7%, S&P 500 지수는 3.4%, 나스닥 지수는 4.6%나 주저앉았다.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올해 상승분을 전부 잃었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 모두 올해 첫 개장일인 지난 1월 2일 기록했던 24,824.01, 2,695.81, 7,006.90 밑으로 추락하면서다. 나스닥 지수는 최근 고점대비 14.8%나 떨어져 조정 국면을 맞았다. 통상 고점 대비 10~20%의 하락세가 나타나면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우지수는 고점 대비 8.8%, S&P 500는 9.8% 하락해 조정국면에 가까워졌다.
뉴욕증시는 증시의 엔진 격인 핵심 정보·기술(IT) 종목들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크게 휘청이고 있다. 이른바 ‘팡’(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5개 종목이 모두 약세장을 기록하고 있다. 52주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통상 약세장으로 여겨지는데, 애플(4.78%), 아마존(1.11%), 넷플릭스(1.34%) 등은 이날도 떨어졌다. 소비특수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뒀지만 소매유통업체인 타깃의 3분기 실적도 기대치보다 낮아 11.28%나 내렸다.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분기 4.2%에 이어 3분기 3.5%를 기록하고, 10월 실업률도 거의 반세기 만에 최저치인 3.7%를 나타내는 등 견조한 상황이지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예고도 큰 부담이다.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전날 미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은 올해 4분기 2.5%, 내년 1분기 2.5%, 2분기 2.2%, 3분기 1.8%, 4분기 1.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위험 대비 주식 수익률은 과거 수년간의 평균보다 낮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현금 보유를 늘릴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 24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관세율을 25%로 올릴 경우 기업들의 실적에 심대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도 ‘강세장’(bull market)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이 2020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의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재러드 우더드는 “미중 무역전쟁은 테크(기술) 전쟁이고,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면서 “미중이 양보하기 전에 금융시장에 더 많은 고통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TS 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는 “단기적으로 기술 섹터의 약세가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팡’(FAANG)의 추가적인 위축은 미 주식시장 전반을 훼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공급 부담에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주가급락이 원유 수요 우려까지 자극해 유가도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6%(3.77달러) 떨어진 53.43달러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 7분 현재 배럴당 6.57%(4.39달러) 하락한 62.40달러에 거래 중이다. 최근 고점 대비 WTI는 31%, 브렌트유는 29%나 각각 떨어졌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