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밑 빠진 독'인데...돈 몰리는 베트남펀드

6개월 수익률 -10%대 부진에도

印 693억 빠질때 1,280억 순유입

중장기 성장 기대감에 저가매수

美中 무역전쟁 반사익 가능성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베트남 펀드에 자금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꾸준히 자금을 빨아들이던 북미 펀드조차도 지난 한 달간 순유출세로 돌아섰지만 베트남만은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돈이 흘러들어 가는 흐름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베트남 펀드의 지난 한 달 수익률은 -4.83%였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글로벌 펀드 수익률(-4.19%)보다도 저조한 수준으로 브라질(4.57%)이나 인도(5.10%) 펀드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3개월로 보면 -5.94%, 6개월은 -10.45%에 이른다.


설정액 추이로 보면 분위기가 다르다. 인도와 브라질에서 지난 6개월간 693억원과 121억원이 각각 순유출됐지만 베트남 펀드는 1,280억원이 순유입됐다. 연초 이후로는 7,392억원이 유입되며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외 펀드로 등극했다. 올 한 해 꾸준히 자금이 모이던 북미 펀드가 지난 한 달간 162억원이 빠져나갈 때도 베트남 펀드에는 127억원이 들어왔다. 높은 수익률을 내던 펀드의 성과가 나빠지면 환매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베트남 펀드에는 점점 돈이 더 들어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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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되살아난 저가매수 심리와 베트남 경제의 중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글로벌 증시 폭락과 함께 지난 10월 한 달에만 4.07%가 떨어지는 등 변동성에 시달렸지만 하락 지속보다는 반등을 가리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 자산운용사 애슈모어그룹의 한 펀드매니저도 외신 등을 통해 “최근 수개월간 베트남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져 지난해보다 긍정적”이라며 베트남 증시의 투자매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6.8%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 목표치(6.5~6.7%)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오는 2019년에도 6%대의 경제성장이 기대된다. 글로벌 무역분쟁의 장기화, 환율과 물가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양호한 내수 성장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성장에 따른 고용 확대가 소득 증가와 내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며 “2019년 상반기는 대외 이벤트로 인한 VN지수의 횡보 또는 약세장이 예상되지만 상반기에 투자심리 훼손이 극심하지 않다면 하반기에는 베트남의 펀더멘털과 이익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며 상승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VN지수는 970~1,100포인트로 예상되지만 올 상반기와 같이 대형 기업공개(IPO) 등이 이어질 경우 1,200선 상향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미중 간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여기에 통화가치 방어를 잘하고 있어 경제성장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들어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신흥국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지금 신흥 시장에 만연한 비관론은 하락 지속이 아닌 반등을 가리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는 브라질과 미국·러시아 펀드의 평균 수익률만 플러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해외 주식형 펀드가 고전을 면하지 못한 가운데 특히 중국 펀드는 20% 넘는 평가손을 기록했다. 중국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0.03%였고 아시아신흥국(-15.91%)과 독일(-15.46%) 펀드도 대규모 평가손을 냈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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