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돈을 모으기 위해 신용대출 전문 개인간거래(P2P) 업체에 우선 1,000만원을 넣었다. 남은 목돈은 다른 P2P업체들에 분산해서 넣을 계획이다.”
결혼자금을 모으는 박씨(33)는 최근 시중은행 예·적금보다 월등히 높은 10%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P2P 투자가 관심이다. 올해 상반기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된 여러 P2P업체 대표들을 봐왔지만, 반대로 우량 업체들은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어 ‘옥석가리기’가 됐으니 믿을만한 P2P업체들을 골라 투자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던 박씨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이 이번에 주목하게 된 것은 카카오페이에서 새로 선보인 투자서비스다. 카카오페이가 내놓은 투자상품들이 단숨에 모두 완전판매 되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20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출시 첫날 나온 투자상품이 4시간만에 ‘완판’돼 모집금액 9억6,550만원을 달성했다.
이 4개 상품은 채권과 부동산 담보로 구성돼있으며, 연 수익률은 6%에서 11.5%로 일반 시중은행의 예·적금상품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다. 특히 복잡한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을 통해 투자 방식이 간편하고, 예상수익률도 손쉽게 알아볼 수 있게 돼있어 사용하기 쉽다. 또 최소 투자금액은 1만원부터 시작해 부담없이 소액투자할 수 있다. 여러 장점을 고루 갖춰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의 새 서비스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투자서비스가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금감원은 투자상품이 카카오페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P2P업체인 ‘피플펀드’가 하는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는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피플펀드의 상품을 소개해주고, 그 대가로 광고수익을 받는 구조다. 즉 투자자의 투자금액이 실제로 가는 곳은 피플펀드다.
그런데 이 사실을 투자자가 한번에 인지하기 쉽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에 나온 투자상품을 클릭하고 모든 설명을 다 읽은 뒤 맨 마지막 하단에 ‘제휴사 피플펀드’라고만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피플펀드의 상품이란 사실을 확실히 알리지 않으니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투자자가 피플펀드에 투자한다는 점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카카오페이 측에 요구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금감원의 지적을 곧바로 수용하고 이후 나온 상품부터는 상단에 ‘피플펀드’라는 이름을 바로 노출시키는 식으로 보완했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피플펀드가 판매하는 상품 중 ‘개인채권 트렌치A’를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해놓은 상태다. 카카오페이를 통해서도 판매된 개인채권 트렌치A는 다수의 개인채권을 하나로 묶어놓은 상품이다. 여러 채권을 하나로 묶었다고 해서 ‘구조화 상품’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피플펀드가 이 개인채권 트렌치A 상품에 동일한 담보를 2중으로 넣어 구조화하고,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각각의 담보가 아닌 하나의 담보를 중복시킬 부실 등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피플펀드는 이에 대해 “금감원의 검사 과정에서 이중담보 가능성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관련 보완조치를 완료했다”며 “현재 담보가 중복된 상품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피플펀드의 입장을 떠나서 공시누락 등의 이유를 수사기관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앞서 19일 카카오페이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투자 서비스 출시를 발표하면서 나온 발언도 문제가 됐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는데 오용택 카카오페이 투자운용 수석매니저는 “수익이 마이너스(원금손실)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라고 강조한 게 화근이 됐다. 중위험이라면서 동시에 원금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하는 모순되는 말을 한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의 투자상품은 원금손실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상품’, ‘보험 가입으로 투자금 손실 최소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금감원은 투자자에 원금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카카오페이가 투자상품을 다양화 한다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 우려를 줄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