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올해의 신작 '여성·사회비판'이 눈에 띄네

창작산실, 연극 등 24편 선정

내달 21일부터 대학로서 공연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를 접고 접어 커다란 상자 안에 고이 담고 압축기로 꾸욱 눌러본다. 상자 속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호기심이 든다면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추측이 가능할듯하다.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기획부터 쇼케이스, 본 공연까지 단계별로 작품 창작과 유통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 지원 사업으로 매년 20편 이상의 작품이 본 공연으로 탄생해 관객과 만난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은 연극 7편, 무용 9편, 창작뮤지컬 3편, 전통예술 3편, 창작오페라 2편 등으로 다음달 2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특히 200명의 관객 평가단이 쇼케이스 평가에 참여하면서 대중성 짙은 작품들이 많아졌고 신진, 여성, 지역 창작자들을 안배한 덕분에 사회비판적 시선으로 세상에 돋보기를 드리우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창작자들이 바라보는 ‘지금, 여기, 우리’의 키워드는 고령화, 집단주의 탈피와 개인주의, 세대·성별간 갈등과 혐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윤리와 가치의 요구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세상의 최전선에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사람들의 삶과 고뇌를 압축해내는 창작자들이 뽑아낸 ‘우리, 지금, 여기’의 엑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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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으로는 극단 파수꾼의 연극 ‘분노하세요!’와 우빈댄스의 무용 ‘히든 디멘젼’을 주목할 만하다. 3억원 상금이 걸린 분노 오디션을 소재로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주최자의 조종과 통제 안에 순응하는 참가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분노하세요!’는 경쟁에서 벗어나려 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조소를 날린다. ‘히든 디멘젼’ 역시 동일한 출발선상에 있던 인간을 불평등 사회로 내모는 게임의 법칙을 견고한 구성의 춤사위 속에 담아낸다.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는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이자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은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과 심리를 그린다. 과학자로서의 업적보다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비극에 맞서는 한 인간, 여성으로서의 삶을 담는데 집중한다.

이밖에도 여성의 목소리로 복기하는 한국전쟁 이야기를 다룬 연극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 바라보는 여성의 몸과 보이는 여성의 몸, 보여주고자 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무용 ‘넛크러셔(Nutcrusher)’ 등도 색다른 시선으로 여성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올해 선정된 판소리, 오페라 작품에서도 동시대적 화두를 치열하게 고민한 창작자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승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네 명의 노인이 하나밖에 없는 나룻배를 타기 위해 누가 더 비극적인 삶을 살았는지 경쟁하는 모습을 담은, 라벨라 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는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의 현실을 비춘다. 또 박애리, 전영랑, 김준수, 유태평양 등 판소리계 최고의 스타들이 의기투합한 창극 ‘내 이름은 사방지’는 조선 시대의 성소수자였던 실존 인물 사방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판소리에 담으며 성소수자 문제를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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