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기상악화를 이유로 승객을 기내에 7시간 대기하도록 한 에어부산의 ‘타막 딜레이’(tarmac delay, 승객을 태운 상태로 지상에서 장시간 지연되는 것을 일컫는 말) 조치는 국토교통부 고시 위반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7-1035호 ‘항공교통 이용자 보호 기준’ 제7조에 따르면 항공사는 승객을 탑승시킨 채로 국내선의 경우 3시간, 국제선의 경우 4시간을 넘겨 지상에서 대기해서는 안 된다. 대기가 2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승객들에게 적절한 음식물을 제공하고, 30분 간격으로 지연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대기시간이 3시간 넘으면 지연시간, 지연원인, 승객에 대한 조치내용, 처리결과를 지방항공청에 바로 보고하고 이 자료는 2년 이상 보관해야 할 의무도 규정돼 있다. 다만 안전·보안상 이유가 있거나 공항 운영에 중대한 혼란이 있을 경우는 시간을 초과해 대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25일 에어부산 승객 진술을 들어보면 항공사는 고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날 에어부산 BX798(207명)편은 새벽 타이베이에서 출발해 오전 6시 10분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김해공항에 짙은 안개가 끼는 바람에 회항해 인천공항에 오전 6시 30분 착륙했다. 이후 항공사 측은 김해공항 안개가 걷히는 데로 이륙하겠다며 승객을 기내에 남아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기상악화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항공사 승무원들의 법적 근로시간이 초과해 승무원 교체가 필요한 일이 발생하면서 승객들의 기내 대기는 무려 6시간이나 이어졌다.
이날 오전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출발한 BX722(188명) 에어부산 항공편 승객들도 같은 이유로 기내에 무려 7시간 갇혀있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승객들은 “당뇨병 환자나 어린이, 노인 등이 상당수 있었는데도 점심 등 기본적인 식사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기다려야 했고 저혈당으로 한 분이 쓰러져 119가 출동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항공사는 조치의 미흡함을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부분도 있었다고 항변한다. 공항 기상청 경보가 오전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시간 단위로 무려 5차례 연장되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면세품으로 파는 초코바와 물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승객 보호를 위한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음식을 들려오려면 세관 신고 등에 절차와 시간이 걸리는데 언제 출발할지 예측이 어려워 적절한 대처를 못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에어부산이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을 운영하지 않는 탓에 사무실과 지원인력이 없어 대체 승무원도 부산에서 모두 올려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에어부산 조치가 명백히 고시위반에 해당하지만 법률이 아닌 고시인 데다가 벌칙규정 등도 마련하지 않아 강제수단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김지혜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해외 사례처럼 항공안전법 등에 이런 행위를 규제하도록 법률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승객들이 항공사에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물을 수는 있는데 실제로 국내 항공사 2곳이 승객을 기내에 각각 14시간, 10시간 대기시켰다가 배상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타막 딜레이’와 관련 3시간 이상 승객을 기내에 둔 경우 항공사에 벌금을 2010년부터 부과하고 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