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국민연금과 퇴직금의 ‘동행’

둘 합치면 월 소득의 17.3%

연금보험료 9→13.5% 인상분

월급·퇴직금 재원으로 분담땐

노사·미래세대 간 '윈윈' 가능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과 눈높이에 맞추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연금개혁의 대원칙이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 종합계획안’ 초안에 대한 중간보고를 받고 퇴짜를 놓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보험료율 인상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개편안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퇴직 후 소득보장의 중요한 축인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을 고려하지 못한 태생적 한계가 있다.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복지부 소관인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의 노후소득과 관련이 있지만 근로자·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사전적립해야 하는 연금은 아니다.

정부가 노후에 대비해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강제적으로 적립하게 하는 공적연금 보험료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소득의 20%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사용자와 근로자는 국민연금 보험료 9%와 재직기간 1년당 30일분 평균임금(연간 총급여의 12분의1, 즉 8.3%)을 합해 월 소득의 17.3%를 노후 내지 퇴직 후에 대비해 적립한다. 심리적 마지노선과의 차이가 3%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적립을 법으로 강제한 국가는 드물다.

복지부가 이런 사정까지 고려해 여러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민이 감당할 만한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을 아우르며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연금개편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차피 문 대통령뿐이다. 국민·퇴직연금과 기초·개인연금을 아우르는 노후소득 보장 방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타협, 국민적 동의를 호소해도 가능할지 말지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중소기업인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국민연금 보험료율 대폭 인상 카드까지 내밀었다가는 정권교체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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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노무현 정부도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하다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연금개편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숙제를 회피했다.

그런 점에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지난 2015년 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산하 사회적 기구에 제안했던 방안은 꽤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사용자가 퇴직금 재원으로 쓰기 위해 매년 별도 적립하거나 퇴직연금 보험료로 내는 30일분 평균임금(보험료율 기준 8.3%) 중 일부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국민연금 보험료로 돌리는 게 골자다.

당시 노동계에선 반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라는 숙제를 마냥 회피했던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면 타협안을 도출해볼 만하다. 사용자와 근로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추가부담이나 월급에서 보험료 인상분 4.5%(2028년까지 소득대체율 40%로 인하, 보험료율 13.5%로 인상안 기준)를 모두 감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대신 정부도 금융사·자산운용사의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퇴직·개인연금의 수익률 제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평균 1.88%에 그쳤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최고 2.25%)에도 못 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자금운용 수수료가 평균 0.45%나 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2015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던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연금 저축계정’ 도입을 골자로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희망자가 국민연금공단이 관리·운용하는 저축계정에 월 급여의 4%까지 적립하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과 연동된 수익률을 보장해주자는 것이었다. 퇴직연금 또는 개인연금에 이 방식을 적용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손해를 줄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수수료 장사를 해온 금융사·자산운용사의 행태를 제어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임웅재 보건의료선임기자 jaelim@sedaily.com

임웅재 보건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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