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금리 인상 우려가 이미 주택거래에 선 반영된 만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출 이자 부담이 늘면서 급매물 호가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거래 ‘0건’, 더 얼어 붙은 재건축 시장 = 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11월 한 달 동안 매매거래 ‘0건’이 재건축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4,424가구가 넘는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3,930가구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모두 실거래 신고 건수가 없었다. 6,000여 가구에 달하는 압구정 구현대·신현대 아파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저층 아파트 역시 이달 들어 거래 건수가 ‘0건’을 기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총 3만 2,000여 가구인 노원구 상계 주공 단지와 2만 7,000여 가구에 달하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 전체에서도 각각 3건·1건 신고에 그쳤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들어 고점보다 2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 거래 소식이 전해진다. 아직 신고되지 않았지만 이달 초 전용 76㎡가 16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 18억 5,000만 원 최고가에 비하면 2억5,000만 원 떨어진 가격이다. 대치동의 M공인 대표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데 금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급한 사람은 계속 가격을 내려서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압구정동 현대 14차 전용 84㎡도 최근 21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9월 26억원 최고가에 비해 4억5,000만원이 빠졌다.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도 11월 거래 신고는 없지만 최근 전용 76㎡이 최고가였던 19억1,000만원에서 2억원 가까이 조정된 17억4,750만원에 거래됐다.
◇ 서울 외곽도 꽁꽁, 하락 지역 증가 하나 = 강남 외 재건축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만7,000여 가구가 몰린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는 11월 현재까지 14단지 전용 55㎡가 8억5,000만원에 거래된 1건이 전부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일대에서 유일하게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계 주공 5단지는 9월 초 전용 31㎡가 5억1,000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10월 말 4억3,000만원 실거래가 마지막이다.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이 전체 시장 조정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59㎡는 이달 초 13억4,000만원에 거래돼 9월 15억원에서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잠실동의 H공인 대표는 “금리 인상도 앞두고 있어 지금 사면 ‘상투 잡는다’며 더 빠지지고 내년 초까지 기다려보겠다는 매수인이 많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G공인 대표도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버티던 호가가 빠지고 있다”며 “전용 59㎡는 매주 1,000만원씩 조정돼 10억8,000만원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경기권도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였다. 성남 분당의 M공인 관계자는 “호가 6억3,000만원이었던 야탑매화마을주공1단지 전용 59㎡이 안팔리자 몇천만원씩 계속 낮추더니 결국 최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지만 DSR등 대출 규제로 인해 당분간 시장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며 “강남권 등 급등기 많이 오른 지역일수록 일시적인 폭등·폭락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박윤선·이완기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