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 렌털업체인 바디프랜드가 정수기 사업을 하면서 제품 생산을 맡겨온 납품업체와의 법적 분쟁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협력관계가 끝난 납품업체와의 갈등을 소송으로 해결하려다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박원규 부장판사)는 바디프랜드가 피코그램을 상대로 디자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22일 기각했다.
바디프랜드 측은 납품업체인 피코그램이 자사 ‘W정수기’ 모델과 디자인이 유사한 정수기를 생산·수출해 등록된 디자인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배상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바디프랜드와 피코그램이 맺은 계약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등록디자인에 관한 통상실시권을 피코그램이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피코그램이 유사 정수기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데 문제가 없고 디자인권 침해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통상실시권은 권리를 독점하는 전용실시권의 상대적 개념이다. 통상실시권을 가진 자는 특허권자나 의장권자가 아니어도 정해진 제약의 범위 안에서 특허발명·등록실용신안·등록의장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 양사가 정수기 공급·판매 계약을 하면서 작성한 계약서 제13조 제1항에는 ‘상표권과 디자인권은 바디프랜드의 소유로 하되 그 권리가 존속하는 한 피코그램에 통상실시권을 부여하기로 하고, 바디프랜드가 디자인권을 등록하는 시점에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계약서 제6조 제4항에서 바디프랜드는 피코그램도 W정수기의 금형을 공동으로 소유하기로 정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바디프랜드가 납품업체 피코그램과의 법적 다툼에서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피코그램의 정수기 영업을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피코그램이 낸 영업방해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서 “바디프랜드는 피코그램의 정수기 제품(퓨리얼)이 자사 W정수기 특허권 또는 디자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을 제3자에게 알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특허권이 공유인 경우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고 바디프랜드가 피코그램에 통상실시권을 설정해줄 의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전업계에서는 바디프랜드가 경쟁사와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전에 매달리는 행위를 멈출지 주목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피코그램뿐 아니라 가전업체들과 수차례 법적 다툼을 벌여 업계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현재 정수기 경쟁기업인 교원웰스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 1심에서도 패소하고 항소해 다투고 있다. 앞서 2016년 4월에는 광고대행사가 바디프랜드를 상대로 “광고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바디프랜드 측의 항소는 기각됐다.
SK매직과는 안마의자를 놓고도 소송을 벌인 이력이 있다. 2013년 동양매직(현 SK매직)이 안마의자 시장에 진출하자 바디프랜드는 자사의 렌털 방식을 따라 했다며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후 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