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국밥집 사장님의 작은 꿈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신용회복위원장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최근 ‘골목식당’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돈가스 집을 운영하는 한 부부가 출연했다. 음식 맛은 좋았지만 좁은 골목 안 시장에 있어 손님이 적었다. 방법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부부에게 해결책이 제시됐다. 잘 팔리는 메뉴에 집중하라는 것. 부부는 오랜 고민 끝에 스무 가지 메뉴 중 세 가지만 남기고 정리했다. 방송이 나간 뒤 입소문이 퍼져 대기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로 이름난 ‘맛집’이 됐다.

돈가스 집 부부의 사연을 보면서 이달 초 만난 국밥집 사장님이 떠올랐다. 가게 문을 연 지 2개월이 넘었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무엇보다도 운영자금으로 빌린 고금리 일수와 대부업 대출로 인한 부담이 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에서 서민금융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열차표를 끊어 새벽에 창원에서 이곳까지 한달음에 찾아왔다.

필자와 서민금융진흥원 종합상담사,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사는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며 그를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 과거 연체 이력이 있기는 했으나 현재는 연체가 없었고 충분히 상환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창원지역 미소금융법인에서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 상담과 자영업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상담 후 그는 운영자금을 빌릴 수 있었으며 자영업 컨설팅을 통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온라인으로 가게를 알리는 비법 등을 안내받았다. 정성을 다해 만든 맛있는 음식과 재기하고자 하는 의지에 서민금융지원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자영업자 ‘600만 시대’라고 한다. 지난해 말 자영업 가구는 전체 취업자 대비 21.3%로 해외 주요국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내 가게를 차려도 먹고 살기가 녹록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26.5%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상태였으며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간 소득격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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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대출이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은 올해 2·4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590조7,000억원 중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의 고금리 대출은 21조3,000억원으로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난으로 소득은 줄어드는데 대출 금액과 이자 등 각종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연체율도 차츰 늘어 한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세 자영업자와 한계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줄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자영업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자영업 성장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부가세 매출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서민금융진흥원도 자영업자들의 신용등급·소득뿐 아니라 상환 의지까지 반영한 맞춤형 서민금융 서비스를 통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섬세하게 지원해나갈 것이다.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 해결해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영세 자영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조금이나마 무거운 짐을 덜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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