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 여건이 나빠지면서 중견·중소 제조업체 2곳 중 1곳이 지난해보다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자의 소득증대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사실상 ‘신기루’로 판명되면서 조만간 출범할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기존 정책노선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유가증권 6개 업종(전기전자·운수장비·기계·건설·철강금속·종이목재) 및 코스닥 2개 업종(기계장비·IT부품) 등 총 339곳의 올해 3·4분기 기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인 171곳(50.44%)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직원 수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 6개 업종에 소속된 중견·중소기업 181곳 가운데 93곳의 고용이 줄었으며 코스닥은 2개 업종, 158개 기업 중 78곳에서 직원 수가 감소했다. 이들 업종은 노동집약적인 중견·중소 제조회사들이 포진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 시행 1년을 한 달 남긴 현시점에서 산업계의 실태를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지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을 줄이면서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기업 339곳의 올 3·4분기 영업이익은 2조2,171억원으로 지난해 3·4분기(3조7,091억원) 대비 40.22% 급감했다. 올 3·4분기 말 기준 적자전환 기업도 수십 곳에 이른다. 이런 현상을 놓고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불투명한 노동환경에서 실적 부진까지 더해지자 사실상 신규 고용에 손을 놓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들의 노동비용을 올리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부여하는 친노동 정책으로는 고용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경기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만큼 집권 3년 차에 접어드는 골든타임에는 오히려 과감하게 노동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서민우·심우일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