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장수기업 특징 중 하나는 가족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글로벌 기업 중 3분의1 이상이 가족기업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듀폰·로레알·폭스바겐·BMW·스테들러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가족기업의 경우 문제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몇 대에 걸친 일관된 경영철학 및 주인의식으로 조직의 안정성이 높으며 비가족기업보다 투자와 회수를 위한 사이클이 길어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또한 가문의 평판과 기업 브랜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이익(profit)’이 아니라 ‘가치(worth)’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함에 따라 사회 기여도 측면에서도 더욱 긍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영속성이 떨어지고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중소벤처기업부 및 다수 기관에서 실시한 중견기업의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업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상속 및 증여세 재원 마련’이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6.3%의 두 배이며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30%)을 감안하면 6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상속세율이 높다 보니 가업승계에 대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유니더스·㈜쓰리쎄븐·㈜농우바이오처럼 최근 상속세 납부 재원이 없어서 가업승계를 이루지 못하고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을 줄일 수 있도록 가업승계 의지가 있는 피승계자에 대한 상속세율도 선진국과 같이 점차 낮춰져야 한다.
그렇다면 가업승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일본에서 장수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수기업의 성공 제1 조건으로 ‘사훈(가훈)의 계승’이 손꼽혔다. 장수기업 중 사훈, 기업 이념이 명문화돼 있는 기업이 40%, 구전·전수돼 있는 기업이 38%로 80%가량이 어떠한 형태로든 기업의 정신적 유산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족기업의 독자적인 핵심 가치가 구성원들에게 공동체라는 강한 결속력을 갖게 하고 이러한 강한 결속력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조직을 받쳐주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는 일은 어떤 일보다 어렵다. 그중 부모의 철학을 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가업승계학교를 이용해 경영자 교육과 간접적인 기업가정신을 전달, 아버지의 철학을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이전할 수 있다.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등록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가업에 대한 공감대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하고 기업의 비전과 성장에 대한 고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시간이 좀 들어도 해외에서는 많이 이용하는 좋은 방안 중 하나다. 반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기업의 상황과 자녀의 성향 등을 고려해 창업자가 결정할 몫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몫은 가업승계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가업승계가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분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