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1년만에 금리인상] '가계 빚 1,500조' 늘어나는 대출에 '고육책'…투자·고용엔 악재

경기부양보다 금융안정이 우선

美와 금리差도 계속 벌어져 부담

외인 자본 엑소더스 선제 대응도

금리 1%P 올릴때 GDP 0.2%P↓

산업 전반에 악영향 초래 불가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송은석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송은석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는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한 위기의식이 짙게 배어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도 크지 않아 금리 ‘동결’ 이유는 충분하지만 금융안정 리스크 관리가 먼저라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금리 차가 계속 벌어지는 데 따른 부담과 경기 하향세로 내년에는 금리 인상이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담았다. 다만 이 같은 이유로 이번 금리 인상이 고육책에 가까운 만큼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주열 “지금 금리 유지하면 금융안정 위험”=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융 불균형 확대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인상 이유를 밝혔다. 가계신용은 3·4분기 기준 1,51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조1,000억원(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4.6%)을 훨씬 웃돈다. 이 돈은 상당 부분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며 최근 과열과 관련한 ‘한은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지금은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오름세가 진정됐지만 언제 또다시 상승세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은으로서는 확실한 ‘행동’이 필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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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금리 차 역시 주요 인상 근거로 꼽힌다. 미국이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한은이 이날 금리를 동결했다면 양국 금리 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최근 미국이 내년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추가 인상 기조는 확실하다. 당장은 외국인 자본 유출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과도한 금리 차는 언제든 자본 이탈의 이유가 될 수 있어 한은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앞으로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금리 인하 카드를 쓰기 위한 여력(인상) 확보도 한몫한 것으로 관측된다.


◇불확실성 확대…점점 사라지는 인상 요인=한은이 이번에 어렵게 금리를 올린 만큼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중립금리 수준에 미치지 않아 통화정책의 기조는 아직 완화적”이라고 밝히며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이보다는 7명의 금통위원 중 조동철·신인석 두 명의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낸 데 주목한다. 인상을 결정한 금통위에서 동결 소수의견이 2명 이상 나온 것은 201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두 위원의 과거 발언을 종합해보면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와 물가 수준을 들어 동결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한은 역시 이날 국내외 경제동향에 대해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목표수준(2%) 내외에서 다소 낮아져 1% 중후반대를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성장세도 약화가 예상된다. 이 총재는 “올해 같은 붐(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로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 역시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인상 근거를 약화시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이 올해보다 경제가 좋다는 전망을 찾아보기 어렵고 미국 경기 둔화로 내년 하반기에 오히려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추가 인상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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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투자·고용에 악재”=이 총재는 “완화적 수준은 여전해 이번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금리 인상 여파는 시장 전반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의 2014년 분석을 보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진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산업 전반이 부진하고 고용도 위축됐다”며 “자금 조달 비용이 늘면서 투자나 가계소득, 고용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취약차주와 한계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임진혁기자 세종=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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