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유희열·이한철·방시혁·김연우·스윗소로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는 점이다. 올해 29회를 맞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사랑받으며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싱어송라이터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이 사라지면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가요제로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개최 후 처음으로 지원 자격을 확대해 대학(원)생이라는 자격을 빼고 만 17세 이상의 신인 싱어송라이터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 했으며 유재하음악상(대상), 특별상 중 CJ문화재단상 수상자는 EP앨범 발매 등 추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울러 올해부터 유재하 동문이라면 기수에 상관없이 CJ아지트 광흥창(녹음스튜디오·공연장·영상편집시설 등)이 사용 가능 해 실제 음악 활동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주역은 스윗소로우의 김영우였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들의 모임 ‘유재하 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대학생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아니라 음악이 좋으냐 아니냐의 기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등학생, 신인싱어송라이터로 범위를 넓혀 자격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올해 대회에는 총 750여 팀이 참여하며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본선 진출 11개팀 중 고등학생 2팀, EP앨범 발매 이하 뮤지션 팀 1팀 등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팀들이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11월 11일 열린 본선에서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재학생 최유리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지금 당장 ‘스타’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한다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참가자가 그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노래할지 봐주는 대회”라고 말하는 김영우는 “(유재하 음악경연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건강한 음악생태계’를 만드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멋지고 큰 나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이끼, 작은 식물, 돌연변이들이 이뤄져서 전체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는 ‘멋지고 큰 나무’ 같은 아티스트만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찾고 있죠.”
5년째 동문회 그룹 회장 자리를 맡고 있는 김영우는 늘 유재하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유재하 선배가 아니었으면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을 하면서 길을 잃은 것 같았을 때 상을 받았다는 거 자체로 음악을 해도 된다고 말하는 거 같아서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들도 이 대회가 있었기 때문에 한 단계 한 단계 갈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유재하라는 이름이 고맙고, 고마운 것들을 갚을 수 있는 단계가 돼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건반 연주자였으며 작곡가였던 유재하는 1987년 8월 26세의 나이로 음반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했으나 같은 해 11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사망 이후 그의 가족에 의하여 유재하장학재단이 설립됐고 이 재단에 의해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만들어졌다. 경연대회는 2013년 24회 때 재정적 어려움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유재하 동문회’가 직접 행사를 준비하며 명맥을 이었고 2014년 이후 CJ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있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단순히 비용만을 대는 후원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회 수상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