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 5개 분야 피말리는 줄다리기...'100일 계획' 데자뷔 우려도

美 관세부과 유예에 中 농산물 수입 등 합의에도

양국 패권 다툼 탓 무역갈등 단기 타결 쉽지않아

므누신·류허 90일 협상이 무역전쟁 확전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줄 세번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줄 세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라시오 두아우 파크 하이엇 호텔에서 양측 배석자들과 함께 업무 만찬을 시작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줄 세번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줄 세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라시오 두아우 파크 하이엇 호텔에서 양측 배석자들과 함께 업무 만찬을 시작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올 한 해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놓은 미중 무역전쟁이 1년여 만에 재회한 양국 정상들의 휴전 합의로 일단 봉합됐다. 이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미중 관세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되며 세계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분간 피하게 됐다. 하지만 양국 간 무역갈등의 원인과 무역 역조 해소 방법에 대한 인식 차가 크고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중국제조2025’와 같은 국가주도 산업 고도화 전략을 중국이 포기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휴전과 포성 재개를 반복하며 장기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전개될 90일간의 미중 무역협상이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미국 플로리다 정상회담 때 발표한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 ‘100일 계획’의 데자뷔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첨예한 미중 통상갈등의 요인을 100일 안에 정리해 단번에 해소하겠다는 양국의 기대는 현저한 시각 차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흐지부지됐고 올해 전 세계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은 무역전쟁으로 이어진 바 있다.


1일(현지시간) 열린 만찬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향후 90일 동안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양국이 교역 관련 5개 분야에서 구조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90일 동안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유예라는 당근을 받아든 중국은 이 기간에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 절도, 서비스·농업시장 개방 등의 불공정 관행 정책을 바로잡기로 약속하고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25% 추가 관세를 부과해도 좋다는 배수진을 쳤다.

중국은 이와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농산물 등의 추가 구매 의향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무역 불균형 축소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농업·에너지·산업 및 기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할 것”이라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를 기정사실화했다.



미국 내 오·남용 문제가 제기된 합성 진통·마취제인 펜타닐을 규제하고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었던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유화조치도 취했다. 퀄컴은 앞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 인수를 추진했지만 9개 관련국 중 중국 당국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 후 백악관은 중국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여온 두 정상이 이날 회동에서 ‘조건부’로 휴전을 택한 것은 일단 무역전쟁 확전이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한 영향으로 읽힌다. 당장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전쟁 격화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9년 반 만에 최저치인 6.5%로 떨어졌고 생산과 소비·투자 등 실물경기도 둔화세가 역력하다. 제조업 성장세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최근 증시가 흔들리고 내년 이후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지지 기반이 잠식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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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역전쟁의 향방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간 진행될 90일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올 5월 베이징에서 열린 1차 협상 이후 8월 워싱턴 4차 협상까지 성과 없는 신경전만 벌여온 양측은 앞으로 90일 동안 최대한 협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

다만 극적인 휴전이 미중 무역전쟁의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강조하며 내세운 첨단산업 육성책 ‘중국제조2025’를 백지 상태로 되돌리기 원하며 중국으로부터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원하고 있다. 반면 이달 18일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과 내년 건국 70년을 앞둔 시 주석은 국내 여론과 리더십 손상 우려 탓에 미국에 양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은 휴전으로 무역에 대한 뿌리 깊은 이견을 해결하기 위한 더 힘든 협상 무대를 마련했다”며 “양국 정상은 기본적 문제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크지만 어느 쪽도 이에 대해 양보할 신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을 지낸 경제학자 페이창훙은 “잠재적인 경쟁 상대를 억누르는 것은 미국의 정치 전통이며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전쟁의 근본적 목적은 중국을 봉쇄하는 데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짧은 만남으로 양국 간의 근본적인 이견이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미중 무역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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