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나노구조측정센터 이은성 책임연구원팀이 광학적인 방법으로 나노미터(nm) 크기의 소자 내부 깊은 곳까지 측정할 수 있는 고감도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은성 책임연구원팀은 나노미터급 반도체나 전자소자의 구조를 광학적인 방법으로 영상화하는 ‘광유도력 현미경(PiFM; Photo-induced Force Microscope)’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을 이용하면 소자를 절단하지 않는 비파괴적인 검사가 가능해진다. 반도체 내부에 발생하는 공극(void)과 같은 결함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물질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관찰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비는 원자힘 현미경(AFM·Atomic Force Microscope)이다. 마치 시각장애인이 대상을 손으로 더듬으며 정보를 파악하듯, 원자힘 현미경은 탐침이 물질을 눌러 훑으면서 원자의 힘을 이용하여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원자힘 현미경은 말 그대로 물질을 훑기만 한다는 데에 한계가 있다. 즉, 표면의 형상은 알 수 있지만 내부 깊은 곳의 결함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함은 반도체 내부에 생기는 공극이라는 기포가 대표적인데, 반도체 생산 수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품질 문제 중 하나다.
물질의 내부 구조를 비파괴적으로 보기 위해선 반드시 광학적 방법을 사용해야만 하는데, 기존에는 시료에 의해 산란된 빛을 측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광검출장치를 별도로 설치하고, 빛의 파장에 맞춰 장치를 수정하면서 다양한 필터까지 설치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번거로운 방법을 통해서도 측정 가능한 시료의 깊이는 20 나노미터 수준에 불과했다.
이은성 책임연구원팀이 개발한 광유도력 현미경은 빛이 아닌 원자힘 현미경처럼 힘을 측정하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물질의 150 나노미터 깊은 곳 광학적 특성까지 파악해 구조를 영상화할 수 있다.
탐침과 시료 사이에 레이저를 쏘면 근접장이라는 강한 빛이 형성되고, 이 빛에 의해 미세한 힘이 탐침에 발생한다. 만약 시료 내부에 특정한 구조가 있으면 근접장이 영향을 받아 탐침이 받는 힘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결함을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제거 대상인 오염물질이 오히려 현미경의 해상도를 올린다는 사실도 최초로 보고했다. 일반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다보면 자연적 오염으로 인해 탐침 끝에 실리콘오일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 실리콘오일의 광열역학적 반응을 역으로 이용하여 탐침이 받는 힘의 미세한 신호변화를 크게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다.
KRISS 이은성 책임연구원은 “비파괴적으로 나노구조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초음파 진단으로 우리 몸 속 영상을 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기존 기술에 비해 훨씬 간단하면서도 측정감도와 공간분해능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장정훈 박사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반도체 내부 결함의 경우 제품 테스트 단계까지 간 다음 뜯어서 보는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기술을 통해 내부 결함이 있는 제품을 사전에 검출하면 공정 불량률을 감소시키고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