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방문하는 김 위원장에게 ‘백두칭송, 김정은 만세’ 소리와 ‘백두청산, 세습통치 반대’의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는 ‘자유민주주의의 혼성 4부 합창단’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학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5일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2018년 대한민국 안보의 빛과 그림자’ 토론회에 참석한 태 전 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수십만의 환영인파에게 환대를 받았다고 해서 우리도 인위적인 환영 분위기를 만들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이념과 주장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질서가 정치적·경제적 기적을 이뤄낸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알게 해야 1인 독재, 1당 독재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한 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을 대화와 협력의 흐름으로 깊숙이 끌어들인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평화 보장을 위해 바란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견인하려고 했지만 성과가 미진했다는 것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핵을 개발하면서 약속을 번복한 북한과의 협상을 처음부터 완전무결하게 치르기는 힘들다”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의 아쉬운 점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가장 먼저 남북군사합의서에 비핵화 문제가 빠졌다는 점을 꼽았다. 태 전 공사는 “평화체제의 가장 핵심인 북한 비핵화 문제는 빠지고 군축 대상의 범위가 재래식 분야에 국한됐다”며 “북한의 반대가 있었겠지만 핵 문제가 빠진 군축 합의는 앞으로 이뤄진 합의도 되돌려놓는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제사회에서 ‘선 남북관계, 후 비핵화’의 모습으로 비쳐 동맹국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으며 대북제재 해체 원칙에서 북한·중국·러시아에 가까운 입장을 취해 미국·유럽과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이 선 신뢰 구축, 후 비핵화라는 북한의 논리가 담긴 싱가포르선언에 합의하는 시행착오를 범했다”며 “합의로 수십 년간의 핵 협상에서 최대의 성과물을 만든 북한은 이보다 유리한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대북관계 및 북핵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긍정적인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핵 신고 목록을 제출하고 이를 통해 진정성이 확인되면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등 다음 단계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의 어린이·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지원 등 대북제재 속에서 남북 교류를 확대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