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지하 인프라 관리로 이틀 새 3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졌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난방시설을 포함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각종 지하 인프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경기 고양시 백석동 온수관 폭발 사고는 노후한 배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 수송을 총괄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현장감식 결과 27년 사용한 노후 관로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열 수송관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명이 40년이 넘지만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에는 열 수송관이 설치된 지 오랜 시일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노후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열 수송관에 대해 매일 시행하는 육안점검 외에는 1년에 2회(해빙기·동절기) 열화상카메라 촬영이 점검의 전부다. 근처 열병합발전소에서 일괄적으로 열을 공급받는 ‘지역난방’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파주·일산·고양·분당·용인·수원·화성 등의 지역에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온수관 폭발 사고로 손모(69)씨가 현장에서 전신 화상을 입고 사망하는 등 시민과 소방관 26명이 다쳤으며 인근 지역 2,800여가구의 난방이 중단됐다.
지하배관 사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경기 파주에서 배수관 공사 사고로 인부 2명이 숨졌고 같은 날 부산 해운대에서도 지하에 매설된 온천수 관로가 부식되면서 56도의 온수가 터져 나오는 등 지하배관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단장은 “우리나라는 30~40년 전 개발 위주로 구축해놓은 지하시설물이 많은데 이제 그 시설물들이 노후화돼가고 있다”며 “이제는 개발보다는 과거 구축해놓은 시설물에 대해 체계적이고 꼼꼼한 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백 단장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상하수도 등 지하시설물을 올 1월부터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열 수송관의 안전관리 업무는 지역난방공사와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서 담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역난방공사가 안전 관리·감독 업무상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5일 오후부터 지역난방공사 관계자, 하청업체 직원,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오지현·김정욱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