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법원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과 관련, 사우디 왕세자 ‘측근’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스탄불 법원이 5일(현지시간) 카슈끄지 살해 모의 혐의로 전 사우디 왕실 고문 사우드 알카흐타니와 전 사우디 정보당국 2인자 아흐메드 알아시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이스탄불 검찰은 살해 계획에 관여한 ‘강한 의심’이 든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카흐타니와 아시리는 카슈끄지 살해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사우디에서 ‘암살조’ 파견과 작전 관리에 직접 관여한 혐의가 터키 당국 수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앞서 터키 언론에 보도됐다.
터키 언론은 이들 2명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들 2명을 포함한 고위 인사 5명을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이들 둘은 사우디에서 기소되지는 않았다고 터키 매체 휘리예트데일리뉴스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사우디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카슈끄지 살해가 아니라 사우디로 송환하는 작전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국외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카슈끄지는 올해 10월 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린 사우디 요원 일행에 의해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달 11명을 카슈끄지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그 가운데 살인과 시신 훼손에 직접 가담한 5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 살인 명령이 사우디 ‘최상층부’에서 왔다고 단정하면서, 시신의 소재와 살해 명령 주체를 밝히라는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터키 측은 살인이 자국 영토 안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암살조’ 15명과 사우디 총영사관 직원 3명 등 용의자들이 터키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송환을 요구했으나 사우디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무함마드 왕세자 측근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왕세자를 계속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사우디는 카흐타니와 아시리를 보내지 않겠지만 터키로서는 정식 체포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인터폴 국제수배 절차를 추진할 수 있다고 터키 국영 테레테(TRT) 방송이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 고위 당국자는 취재진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사우디 당국이 그들에게 죄를 묻지 않을 거라는 우리 수사기관의 인식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진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한 추가 영장 청구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