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에 장기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장단기 금리 격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국채 10년물이 2년 만에 1%대로 하락하는 등 미국에 이어 우리도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6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6.2bp 내린 1.839%에 마감했다. 10년물은 7.5bp 하락한 1.983%를 기록하면서 2016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2%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3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 격차가 14.4bp로 2008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좁혀졌다는 점이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1년물을 제외한 전 국채 금리가 연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미국 경기 하강 우려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미국 장기채 금리 움직임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한 증권사 채권연구원은 “미 국채 10년 금리가 2.9% 아래로 추락하고 아시아증시가 동반 급락한 것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당분간은 국내 채권 금리가 미국 시장에 연동되는 특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미 국채 3년물과 5년물의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된 데 이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 격차는 11년 만의 최저 수준인 11bp까지 좁혀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장단기 금리차 변화가 내년의 우울한 경기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 포럼에 참석한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회복 국면은 올 상반기를 정점으로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2.4%로 둔화되고 수출증가율은 올해 8% 내외에서 3%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내 채권 금리가 한번 더 출렁일 가능성도 전망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채권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중립금리 바로 아래’ 발언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화됐지만 12월 인상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FOMC는 오는 18~19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