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있다(2일)”며 공개 제안한 지 나흘이 지나도 북으로부터 가타부타 언급이 없어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방남을 하고 싶지만 제재 완화 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게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찾는다면 약속을 지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며 비핵화 모멘텀을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남북관계가 발전돼봤자 군사 긴장 완화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공동 입장이 나온 점도 북한에는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남한을 움직여 제재 완화를 얻어내는 것을 기대했는데 우리가 비핵화 전까지 제재 완화가 없다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9월 평양회담 때 선언문에 담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 진전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평양선언 5조 2항에는 ‘북한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돼 있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 답방을 하면 또 합의문을 발표해야 할 텐데, 이미 한 선언도 진도를 못 뺀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또 북한은 ‘서울 답방에서 추가적인 비핵화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서울에 와서 대단한 환영을 받을 것 같지도 않고, 남남갈등을 노릴 수 있지만 북한에 크게 도움이 되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북한의 생각을 짚었다. 그는 “북한은 12월에 나름대로 일정이 있어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서울에 가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실무진에서 검토를 하고 보고를 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런 점들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는 것 같다”고 추론했다. 북한에서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신년사 준비에 주력하는 ‘총화’ 기간이다. 김정일 사망 7주기(17일)와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일(30일) 등 굵직한 기념일뿐만 아니라 김정숙(김정은 조모) 101회 생일(24일),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일(24일) 등 김정은 일가의 기념일들이 집중돼 있어 평양을 비우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호 문제도 부담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의 약속을 잘 지켜왔다는 점과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전 서울 답방을 지지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마음은 서울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연말까지는 경호를 준비하기에 너무 촉박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존엄’의 사상 첫 서울 답방에는 분초 단위의 리허설을 두세 번은 해야 하는데 연내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