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될 처지에 놓이면서 광주시가 추진하는 1조원대의 관련 지원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가 강성 노조에 더 휘청이게 된 셈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도 “민주노총은 조폭권력”이라며 우려와 비난을 쏟아냈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날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마련한 최종 협약안에 대해 현대차가 사실상 거부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한 부대사업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독소조항으로 알려진 ‘35만대 생산까지 임단협 유예’라는 문구 하나 때문에 결국 노사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된 모든 사업들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셈이다.
우선 3,000억원에 이르는 광주형 일자리 예산을 확보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여당에서 약속한 광주형 일자리 지원사업은 행복임대주택, 진입도로 개설, 노사 동반 성장지원센터 건립, 공동 직장어린이집, 개방형 체육관 신축 등 5개 분야에 전체 사업비만 2,912억원이다. 또 현대차 광주 완성차공장이 들어설 빛그린국가산단의 조기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빛그린국가산단은 광주 광산구 삼거동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일대 407만㎡에 총사업비 6,059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산단으로 오는 2019년 12월 1단계(264만㎡)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와 질타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사실상 무산됐다”며 “다른 대안을 분명하게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에도 “광주에서 합의가 안 되면 다른 곳, 원하는 데서 해야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노조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어제 광주형 일자리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선포했는데 기득권을 손톱만큼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반사회적인 선전포고”라면서 “민주노총은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돼 떼로 몰려다니며 집단폭행이나 일삼는 조폭권력을 행사하는 단체로만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날 광주형 일자리 반대 파업을 강행했다. 오전·오후조 각각 2시간씩 하루 4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원들은 당초 오후2시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진행하기로 한 집회도 날씨를 핑계로 취소한 채 조별로 2시간 일찍 그대로 귀가했다. 광주시는 일단 현대차와 협상을 이달 말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이날 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35만대 부분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며 “해석의 차이는 오랜 노사 갈등과 불신에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와 협상을 12월 안에 끝내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김선덕기자 송종호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