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61)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오면서 “재판부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심경을 말했다. 뒤이어 나온 고영한(63)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취재진에게 “추위에 고생이 많으시다”는 말만 던진 채 대기중이던 차량에 올라탔다.
이들은 전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당시의 무거운 표정과는 달리 한결 가벼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고 전해졌다.
두 전직 대법관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도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와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또다시 불거지게 됐다. 공범관계에 있는 임종헌 전 차장이 같은 혐의로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법관이라는 점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 중 재판개입·법관사찰 등 28개 혐의는 박 전 대법관과, 부산 법조비리 관련 재판개입·정운호 게이트 수사 대응 등 18개 혐의는 고 전 대법관과 공모해 이뤄진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파악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동일한 혐의를 받는 상급자들이 구속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기각사유를 검토한 뒤 추가 보완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