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에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악화되자 운용업계가 수수료를 낮추며 자금 이탈 방지에 나서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싼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자 수익률에서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 액티브 펀드 위주로 운용 수수료를 내리는 것이다. 펀드 판매 창구도 지역 농협에 이어 우체국까지 추가되면서 수수료 인하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중소형 운용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는 지난 10월 기준 0.70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0.845%)에 비해 0.13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비교적 수수료가 비싼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도 함께 떨어졌다. 10월 기준 해외 주식형 펀드 총보수는 1.558%로 올해만 0.087% 하락했다. 펀드 시장 경쟁 심화로 운용 수수료가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올해처럼 하락 폭이 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부진한 장세에서 액티브 펀드가 수익률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 게 전체 펀드 수수료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액티브 펀드 총보수는 평균 1~1.5% 수준이다. 이는 0.3~0.5%에 그치는 인덱스 펀드에 비해 비싼 편이다. 올해 액티브 펀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전체 수수료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총 7조6,694억원이 순유입 됐지만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는 되레 7,07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ETF를 포함한 인덱스 펀드로는 8조3,376억원이 유입되면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액티브 펀드의 올해 수익률이 -16.95%(7일 기준)로 인덱스 펀드(-18.67%)와 큰 차이가 없어 비싼 수수료를 들여 액티브 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은행과 증권사에 이어 지역 단위 농협이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9월부터는 우체국까지 펀드 판매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해진 것도 수수료 인하에 불을 댕겼다는 분석이다.
수수료 하락에 운용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리테일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운용사와 대형 운용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4분기 기준 전체 자산운용사 234개 중 93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보수 하락세가 높아지면서 리테일 수익에 의존하는 중소형 회사들이 수익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부동산이나 대체투자에서 수익을 내려 해도 전체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관련 수수료도 낮게 형성돼 있어 중소형 운용사들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