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융위-금감원 갈등 점입가경]현안마다 대립·금감원 예산 놓고 감정격화...與, 兩수장 중재 나서

최종구, 직접 금감원 찾아 윤석헌과 1시간가량 면담

금감원 예산·카드수수료 문제 등 금융현안 전반 논의

구조적 원인 해결 안되면 두 기관 엇박자 해소 쉽잖을듯




카드 수수료 인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현안마다 갈등을 빚어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감원 예산 축소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급기야 청와대와 여권에서 양 기관의 갈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두 기관 수장이 긴급회동을 가지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하지만 양 기관이 반목하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금융당국의 ‘엇박자’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을 직접 찾아 윤석헌 금감원장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당초 두 사람은 6일 국회 본회의 일정에 따라 국회에서 만날 계획이었으나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금감원에서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금감원 조직 및 예산 축소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제상 상위 기관을 이끄는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 집무실을 방문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 위원장이 금감원을 직접 찾은 것은 5월 윤 원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두 기관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데 대해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수습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당청이 이처럼 두 기관의 ‘불편한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처 간 협치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 위원장과 만나 금감원 예산 및 카드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며 “최 위원장과는 수시로 만나 다양한 금융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보는 양 기관의 갈등과 별개로 두 사람은 평소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다만 “감독기관으로서 금감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금융위와 구조적으로 입장차를 보일 수밖에 없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현 금융감독 체계하에서 양 기관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6일 면담에 대해 “예산 문제를 포함해 금융현안 전반을 논의했다”면서 갈등은 없다고 주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을 부인하는 두 수장의 말과 다르게 실제로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사안을 두고 끊임없이 긴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이 1년 넘게 진행해 발표한 감리 결과에 대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올 7월 재감리 명령을 내리면서 금감원은 체면을 구겼다가 이후 이른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내부문서가 발견되면서 결과적으로 금감원이 금융위에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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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밖에도 △은행 대출금리 부당 산정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카드 수수료 인하 등 핵심 안건에 대해서도 수시로 이견을 노출해왔다. 카드 수수료의 경우에도 금감원은 “카드 회사가 고객과 맺은 약속인 할인혜택 등을 무턱대고 없애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이미 금융위에 전달해 부가 서비스 축소를 추진하는 금융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 같은 갈등에 더해 최근에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나서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금융위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1~3급 직원 비중을 43.3%(3월 말 기준)에서 35%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금융위는 이를 30%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한 바 있다. 사실상 연봉 삭감 위기에 처한 금감원 노조는 이에 대해 “금융위가 예산권으로 금감원을 길들이려 한다”면서 “삼성 등 재벌을 비호하는 금융위를 해체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고강도 수위로 금융위를 압박했다.

이 외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특별사법경찰 추천권을 금감원장에게 부여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현재 금융위원장에게만 지명권이 있는 현행 규정으로도 충분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 등에 더해 금감원이 7월 금융위와 충분한 협의 없이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양 기관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됐다고 봐야 한다”며 “기관 갈등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고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를 깨는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일범·윤홍우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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