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진입이 금지된 유일한 국가는? 답은 ‘한국’이다. 독일의 아우토반도, 미국 전역의 고속도로도 모터사이클로 달릴 수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안 된다. 지난 1968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만 해도 바이크를 막지 않았지만 1972년부터 돌연 바이크 진입이 금지됐고 이제 벌써 46년째다.
국내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은 이미 아홉 차례나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관련 법인 도로교통법 제63조를 개정하는 데는 실패했다.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해서라는 논리지만 이는 사실 근거가 없다. 유럽·미국 등지에서도 고속도로의 모터사이클 사고율이 국도·시내보다 오히려 낮다.
장벽을 부수려는 라이더들의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법 개정을 위해 직접 달리고 있는 인물이 이호영(사진) 법무법인 삼율 대표변호사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 바이크 동호회와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올해 6월 서명 인원이 1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1만3,000명을 넘어섰다.
모토구찌 V7의 오너이기도 한 이 변호사는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고 있는 현 제도가 이륜차 산업과 문화 발전까지 막고 있는 셈”이라고 단언한다. 바이크는 고속도로 진입이 금지돼 있고 일부 백화점 등 주차장에서도 바이크 주차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명보험에 가입해도 바이크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태반이다. 이 변호사는 “언젠가는 법이 바뀌겠지만 누가 해주기 바라기보다 조금 앞당겨보자는 생각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2년 이내에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법 개정을 위한 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통행금지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오는 논리가 ‘아직은 이르다’는 ‘시기상조론’이다. 하지만 이미 고속도로 통행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반대 의견은 많지 않다는 점, 앞으로도 꾸준히 법 개정안 발의나 헌법소원 등이 이뤄질 것이란 점 등을 감안하면 점점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의 헌법소원에서는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소수의견을 통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에서 바이크는 반쪽짜리 교통수단”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최근 사비를 털어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 허용을 촉구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