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탈북 과정을 직접 들은 뒤 탈북민에게 관심을 두게 됐어요. 어렵게 탈북했지만 정작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어 힘들어하는 탈북민의 이야기를 디자인에 담아 전하고 싶어요.”
김예림(28·사진) 파우(PAW) 대표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목숨을 건 탈북 과정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친구가 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간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깨달았다”며 “국내에 많은 탈북민 관련 단체들이 있지만 종교적·정치적 성향이 너무 강하고 한쪽에 편중돼 일반인이 관심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통일을 쉽게 인식하고 다가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설립된 파우는 한반도와 백두산 등 ‘통일’과 관련된 디자인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교회에서 우연히 탈북민을 만난 것을 계기로 각종 종교단체나 탈북민 관련 단체 등에서 진행하는 여러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고 이후에는 통일을 주제로 한 달간 독일을 여행하기도 했다.
파우는 현재 한반도를 표현한 손수건 ‘위시맵(Wish Map)’과 에코백 ‘위시백(Wish Bag)’ 등 소망을 담은 다양한 제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사람들이 통일을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이지 않은 ‘연애’ ‘관계’ ‘포용’ ‘화해’를 키워드로 삼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과거 에코백을 판매한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목표금액 50만원을 훌쩍 넘은 300만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달 9일까지 진행하는 달력 크라우드펀딩 역시 이미 목표금액을 달성한 상태다. 앞으로는 여권 케이스와 달력·포스터 등 상품군을 넓히며 편집숍과 비무장지대(DMZ) 관광지 등으로 판매처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판매처는 편집숍과 공항, DMZ 관광지 등을 포함해 다양한 곳에 노크하고 있으며 내년 2월 중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온라인은 자체 몰과 오픈마켓 등을 세팅했으며 내년 1월께 오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우는 오는 12~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7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 각종 제품 판매에 나선다.
파우는 제품 제작·판매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먼저 통일 관련 단체와의 협업을 통한 크라우드펀딩 등을 진행하고 탈북민 대상 영어 배우기나 글쓰기 멘토링 등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파우를 세운 지난해 6월은 전쟁이 난다고 해 모두가 걱정하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바뀌었지 않느냐”며 “한두 해에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기도하고 기다린다(Pray And Wait)’는 파우의 이름처럼 겸손하고 겸허하게 통일을 기도하며 기다리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