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그래픽텔링] 파괴적 혁신? 그냥 비싼폰?…폴더블폰의 앞날은

2007년 아이폰 이후 혁신 거듭해왔지만

직사각형 바 모양의 폼팩터 한계 부딪혀

폴더블 스마트폰 '파괴적 혁신' 기대감 속

비싼 가격·빠른 배터리 소모 등은 걸림돌







“폴더블폰은 2007년 아이폰 출시에 버금가는 파괴적 혁신이다”

11월 8일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폴더블폰)을 선보이자 블룸버그가 내놓은 극찬입니다. 애플이 아이폰 출시로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면 삼성은 차세대 스마트폰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지요.


사실 세계 최초 폴더블폰은 삼성보다 불과 며칠전 중국의 벤처기업 ‘로열(Royole)’이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기술력·완성도 등의 측면에서 혹평이 쏟아졌지요. 이 때문에 폴더블폰의 새 역사는 삼성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입니다. 애플은 ‘접었다 펴는 스마트폰’에 대해 아직 확신이 없는 탓인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네요. 그렇다면 폴더블폰은 정체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또 애플과 삼성이 주도한 스마트폰 혁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왔을까요.



스마트폰 혁명은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휴대폰을 재발명한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지요. 특히 화면을 가볍게 터치만 해도 조작이 가능한 정전식 디스플레이는 획기적이었습니다. 기존엔 휴대폰을 이용할 때 키패드를 꾹꾹 눌러야 했거든요. 두 손가락을 이용한 멀티터치는 ‘마법’과도 같았습니다. 또 애플은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인 ios를 적용해 앱 생태계도 구축했지요.

삼성은 화면 크기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2011년 5.3인치 갤럭시노트를 처음 선보이면서 대화면 스마트폰, 일명 ‘패블릿’ 시장을 개척한 것이지요. 한 손으로 다루기 힘들고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시원한 화면 크기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 좋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대화면 스마트폰은 대세가 됩니다. 반면 잡스는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작은 화면(3.5~4인치)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엔 애플도 슬그머니 화면을 키웠지요.

화면이 커질수록 스마트폰 덩치도 커졌습니다. 이에 삼성과 애플은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테두리(베젤)를 줄이는 ‘베젤리스’로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삼성은 화면 좌우 끝부분이 휜 ‘엣지 디스플레이’를 2014년부터 도입했습니다. 모서리 부분까지 화면으로 채워 앱 접근성을 높이고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을 만들었지요.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10주년 기념모델(아이폰X)을 출시하면서 카메라와 센서만 남기고 모두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노치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M자 탈모’ 등 혹평도 있었지만, 이후 여러 제조사들이 도입하며 트렌드로 자리잡지요.



하지만 혁신을 거듭할수록 스마트폰 스펙은 상향평준화됐습니다. 대부분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전면부의 80%이상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음성인식 인공지능(AI) 탑재 등으로 모양과 성능이 비슷해졌지요. 고성능 카메라나 명품 오디오를 장착한 새 모델이 등장해도 소비자들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시장조사업체인 베이스트리트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014년 23개월에서 올해 31개월로 8개월이나 늘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률마저 높아지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3%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지요.


시장을 선도해온 삼성과 애플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점유율(판매량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흥국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게 따라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애플 역시 최근 발표한 아이폰XR이 혁신성 부재와 고가 논란에 휩싸이며 생산계획을 3분의1 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폰이 2~3년 내 판매부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에 주가마저 급락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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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폴더블폰입니다. 2007년 스마트폰 등장 이래 변함이 없던 직사각형 바(bar) 모양의 폼팩터(form factor)가 처음으로 바뀌는 혁신을 이룬 것이지요. 삼성의 폴더블폰은 접으면 4.6인치, 펼치면 소형 태블릿 수준인 7.3인치 대화면이 됩니다. 마치 수첩처럼 말이지요. 또 접었다 펴도 사용하던 앱을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넓은 화면에서는 3개의 앱을 동시에 띄워 뉴스 검색, 카톡, 동영상 시청을 한꺼번에 할 수 있죠. 특히 넓은 화면과 5G 통신기술이 결합하면서 게임, 미디어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세상에 없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시장 반응도 긍정적인데요. 블룸버그는 “삼성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요.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폰 출하량이 내년 300만대에서 2022년 5,01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에 이어 LG전자, 중국 화웨이 등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죠.



하지만 폴더블폰이 ‘아이폰 출시’와 같은 ‘파괴적 혁신’을 이루려면 단순히 접었다 폈다 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실 아이폰은 우리 사회와 경제를 완전히 바꿔놓았지요. 아이폰 이후 휴대폰은 단순한 연락 전달 수단에서 벗어나 뉴스, 동영상, 게임, 쇼핑, 주식투자 등 우리 삶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지요. 아이폰이 등장하자마자 시장을 압도한 이유는 고유의 사용자환경(UI)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됐기 때문입니다.

폴더블폰 역시 새 역사를 쓰려면 아이폰처럼 자기만의 생태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신선한 사용자 경험(UX)과 다양한 콘텐츠가 필수라는 얘기지요. 2013년 출시됐던 ‘커브드 스마트폰’ 실패 사례가 반면교사인데요. 이 기기는 스마트폰은 평평하다는 고정관념은 깼지만 소비자들에게 굳이 휘어진 스마트폰을 써야 하는 점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폴더블폰은 200만원 안팎에 이르는 비싼 가격, 넓은 화면 탓에 극심한 배터리 소모 등도 대중화의 걸림돌입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 10년간 혁신을 이끌어온 애플은 눈치보기만 하고 있는데요. 2020년쯤 성장성이 검증된 뒤 제품을 출시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죠.



과연 폴더블폰은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을 이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매우 비싼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군에 그칠까요? 여러 단점 탓에 이마저도 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까요? 궁금한 점 또 한가지. 과연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삼성은 폴더블폰을 무기로 ‘갤럭시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요?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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