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타까운 대목은 이마저 졸속심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회는 선거제도 개혁 등을 둘러싼 파행으로 제대로 된 심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결국 시간에 쫓긴 국회는 예결위 간사들이 참여하는 소소위를 통해 밀실에서 쟁점 사업을 조정해야 했다. 이러니 날림심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마저 “깜깜이 밀실심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부실심사로 인한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예산안 심사 시스템의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설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예결위원은 임기가 일반 상임위원의 절반인 1년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겸임한 위원들이 많아 전문성이 떨어진다. 다른 상임위에 적을 둔 의원들이 벼락치기로 예산심사에 나선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예결위는 추가경정예산이 제출되는 경우가 아니면 1년 중 절반 정도만 개최되는 반쪽짜리 특위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이래서는 정부가 제출한 사업예산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예결위를 일반 상임위로 전환해 예산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당의 태도다. 야당 시절 예결위 상설화를 주장했던 민주당은 집권 이후 일절 입을 다물고 있다. 상설화를 통해 정책예산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면 정부로서도 썩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내로남불’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제출한 수백조원의 예산안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임무다. 여당은 집권당인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예결위 상설화에 대한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처럼 예결위를 상설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