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올해 2월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방조해 직무유기 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우 전 수석의 총 형량은 4년으로 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의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시켜 자신에 대한 특별감찰을 진행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 등의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며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정원 업무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도록 보좌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않고 도리어 정부 비판을 억압할 목적으로 정보 지원 요청을 남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새누리당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도록 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6명에 대한 사찰,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장에 대한 사찰 혐의는 무죄로 선고됐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우 전 수석은 최후진술을 통해 “국정원에서 세평 자료를 받아보는 것은 청와대나 국정원에서도 당연한 관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서 모든 업무 관행이 범죄로 돌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서 우 전 수석은 실형이 선고되자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판부가 “무죄가 선고된 혐의들을 공시하기 원하느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우 전 수석은 올해 1월 초 국정원을 통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공직자나 민간인들에 대해 불법 사찰을 하도록 지시하고 관여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도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