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조선 발주 급감으로 지난 2년간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지만 올해부터 차츰 수주 실적이 개선되는 양상이다. 7일 삼성중공업(010140)이 4,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하는 등 최근 부쩍 수주 발표가 눈에 띄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내년에는 LNG 물동량 증가에 따른 운임 급상승으로 LNG 운반선 수요가 늘고 각종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신규 선박 발주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내년 조선업체의 회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현대중공업(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내년 수주 눈높이를 올해보다 높게 잡았다. 당장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성과가 나쁘지 않다.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실적보다 크게 높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현재까지 올해 수주 목표금액(132억달러)의 95%인 125억달러를 수주한 상황. 올해 목표가 지난해 수주액(99억달러)보다 33.3%나 높은 수준이지만 연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목표치를 무난하게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도 지금까지 올해 수주 목표금액(73억달러)의 83%인 60억4,000만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지난해 수주 실적(30억달러)의 턱밑까지 추격했는데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과 LNG 운반선 등 예정된 추가 수주 물량이 많아 올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3사 중에서는 삼성중공업만 유일하게 수주 목표 달성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치는 물론 지난해(69억달러) 실적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조선 3사의 올해 희비는 다소 엇갈리지만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5% 이상으로 늘린 것도 조선업황의 회복세를 감안한 조치라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어느 정도 경영 정상화도 이뤄 매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점도 지분 매집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내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수주 호조를 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다소 부진했던 삼성중공업마저도 그렇다. 삼성중공업 측은 “올해 수주 실적은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은 올해 실적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가 내년 전망을 밝게 보는 것은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LNG 운반선 발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조선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된 LNG 운반선은 17척에 그쳤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57척이 발주됐다. 연말까지 61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늘어난 69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0년부터 2027년까지도 연평균 63척의 발주가 기대된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인 셈. 한국 조선사의 경우 LNG 기술력에서 앞서 올해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을 휩쓸고 있는 상태다. 예상대로 발주가 이뤄지면 내년 실적 회복세가 가파를 수 있다는 의미다.
2020년부터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노후선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여기에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향후 해양플랜트 발주 물량도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선가도 낮아 선주나 투자자들이 신규 선박을 발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11월 클락슨 선가 지수는 129.83포인트를 기록해 2014년 말(137.68포인트)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경자 한국금융지주 연구원은 “최근 들어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것은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가가 안정되면 원자재 거래가 늘어나고 선박 발주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5년간 선박 투자가 줄다 보니 수급 불균형도 심해졌으며 선가도 아직 싼 편이라 이 기회에 선박을 발주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