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들 사이에서 독서가 ‘핫한’ 취미이자 일상으로 떠올랐다. 펜타콘의 키노(20)는 책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아이돌이다. ‘출근길 패션’에서도 그에게는 다른 어떤 아이템도 아닌 책이 ‘최애템’(가장 사랑하는 아이템)일 정도로 늘 책을 들고 다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작사·작곡을 시작하면서 어휘력을 늘리고 싶어서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그에게 이제 독서는 일상생활이자 창작의 원천이자 탈출구가 됐다.
‘스타의 서재’ 다섯번째 주인공인 키노는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촬영을 위해 찾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서가에 놓인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마음이 꽂혔다. 그 책을 손에 들고 포즈를 잡은 그는 “표지에 있는 사진과 제목을 보고 마음이 가게 됐다. 지금 읽고있는 책들을 마무리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꼭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키노는 1972년 소설 ‘G’로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미술 평론가였던 존 버거의 ‘행운아’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만 25년 동안 진료를 했던 사샬이라는 의사의 이야기에요. 사샬은 말투나 행동이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요. 그런데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다 인간적으로 환자를 대하고, 그런 모습에 마음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요.” 작가의 의도뿐 아니라 독자의 해석이 중요하다는 키노는 ‘행운아’에 대한 나름의 해석도 내놓았다. “대다수 사람들이 불행한 현대사회에서 ‘행운아’로 은유되는 사샬이라는 한 의사를 통해 인간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작품이죠. 그런데 저는 이보다는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구현하는 사샬의 방식이 가장 와 닿았어요. 존 버거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지만, 저는 말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왔어요.” 그러면서 그는 가져온 책을 뒤적이며 가장 인상적인 문장들을 읽어 줬다. “세 페이지 정도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그중에서 추리고 추린 게 171페이지에 나와 있는 문장들이에요. ‘더 이상 토론의 주제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의도나 그의 혼란, 희망, 설득당할 수 있는 그의 능력, 변화의 능력 등이 아니다. 이제 주제는 우리에게 남겨진 작품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가 죽어 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주인공이 되었다.’” 서브 보컬에 메인 댄서를 맡을 뿐만 아니라 작사·작곡을 하는 ‘아티스트 아이돌’로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에 대한 언급이 그의 영혼을 뒤흔들었던 모양이다.
키노는 ‘최애 책’으로는 팀 보울러의 ‘리버 보이’를 꼽았다. ‘리버 보이’는 ‘해리 포터’를 제치고 청소년문학상인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품으로 15세 눈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 뒤에 숨겨진 인생의 진실을 섬세한 필치로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주신 마지막 생일 선물이에요. 할아버지께서 편지도 써주셨어요.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여서 더욱 와 닿는 게 많았어요. 두 번 세 번 계속 읽은 책이에요.”
키노는 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이라고 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제가 읽은 책 중 가장 어려운 책이고, 아빠가 추천해 주셨어요. 너무 이해가 안 가서 챕터 별로 따로따로 읽어보고는 했죠. 제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 문제를 정의라는 관점에서 정의하고 해석하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다 이해는 못 했지만, 그냥 좋은 책 같아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어린 왕자’가 왜 명작인지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이 생기고 제 인생도 달라지잖아요. 그때마다 다시 읽는데 제 경험이 더해져서 그런지 감동적인 포인트가 나이 별로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어떨 때는 여우, 어떨 때는 장미, 코끼리 등등으로요. 앞으로 5년 후 6년 후에도 읽을 건데, 제가 무엇을 느낄지 궁금해요.”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도 인상 깊었던 소설로 꼽았다. ‘미 미포 유’는 스토리에 빠져들어 완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킬링 타임용’으로도 좋아요.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책으로 보기길 추천해요.”
사진=송은석기자